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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동대문 '패션신화' 흔들린다

입력 | 2000-09-19 19:27:00


동대문 패션신화가 흔들린다. 90년대 말 젊은이들의 쇼핑천국으로 떠오르면서 동대문상권의 부활을 주도했던 대형 패션몰들이 상가 운영 관리를 둘러싼 업체와 점포주, 상인 등 운영주체의 갈등으로 자중지란(自中之亂)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주변상인들은 가뜩이나 경기하락과 고객이탈 현상이 심화되는 마당에 이 같은 내분이 불거지면서 애써 일으켜놓은 동대문 패션 붐이 무너지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내분〓위기의 진원지는 98년 개장해 동대문 패션신화의 주역을 맡아온 밀리오레.

점포주들은 8월말 상가분양과 관리를 해온 성창F&D의 위탁운영이 끝나자 “지난 2년간 성창측이 관리 운영에 관한 전권을 반강제로 위임 받아 점포주가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며 본사와 검찰청사에서 잇따라 항의집회를 열고 있다.

점포주들은 운영권 재계약 대신 직접 임대료 수수 등 상가관리에 나서겠다는 입장인데 “세입자들이 점포에서 나가지 않도록 성창측에서 배후조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성창측은 “위임기간이 끝나 더 이상 경영권을 행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들의 주장을 부인했으나 갈등이 계속되자 14일 동대문점에서의 전격철수를 발표한 뒤 법원에 ‘밀리오레’상표권 사용금지를 신청했다.

최근 개장한 동대문의 대형 패션몰 누죤도 운영주체간에 갈등을 빚다 상가 관리회사 대표가 일부 상인의 임대권을 강제로 빼앗으려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구속되는 등 분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밖에도 대형 패션몰의 임대 및 관리를 둘러싼 탈법행위와 물리력 행사가 빈번하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근대적 관리체계가 문제〓동대문 대형 패션몰의 이같은 자중지란은 이 지역 상가 특유의 난마처럼 얽힌 분양 및 관리시스템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성창측은 밀리오레 신축시 소유권을 갖고 임대를 하는 대신 점포주들에게 등기분양을 해주고 이들로부터 관리권을 위임받아 운영해왔다. 성창이라는 관리회사가 임대료를 규제함에 따라 제품원가를 낮춰 상가를 활성화할 수 있었으나 세입자에게 마음대로 임대료를 올리지 못한 점포주들은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점포주들은 “임대료는 묶어놓은 반면 관리회사측은 편법으로 입점비와 운영비를 착복해왔다”며 성창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같은 관리회사와 점포주, 상인들간의 갈등은 다른 곳도 대동소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상권 악영향 우려〓문제는 외적인 여건도 그리 밝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집안싸움이 계속 불거지면서 지역 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밀리오레 옆에 자리잡은 패션몰 두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서울과 지방에 대형 패션몰이 잇따라 개점하면서 동대문을 찾는 고객이 급감하고 있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가 자체의 내분이 겹치면서 최근 고객이 20∼30% 이상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근대적인 상가의 운영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이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양희(金良姬)책임연구원은 “재래상가들이 과거부터 비민주적이고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입점시 웃돈이 오가는 등의 부조리와 이해당사자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우선 상가분양이나 관리에서 오가는 돈의 흐름이라도 투명하게 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