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출의 동기는 거액의 대출 사례금, 외압의 존재여부는 아직 불투명.’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일주일째로 접어들면서 수사의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재수사의 초점은 불법대출의 동기와 외압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것.
검찰은 불법대출의 동기는 이제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빛은행 전 관악지점장 신창섭(申昌燮·48·구속기소)씨와 외환담당 대리 김영민(金榮敏·35·구속기소)씨의 ‘개인적 욕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중간수사결과를 다시 ‘확인’한 셈이다.
검찰은 재수사 이후 자금추적을 통해 김씨가 숨겨두었던 13억7000만원 상당의 무기명 양도성예금증서(CD)가 아크월드 등에 불법대출된 466억원에서 흘러나온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김씨가 불법대출의 대가로 거액의 사례금을 받고 이를 사무실 근처의 H은행 지점에 숨겨뒀다가 무기명 CD로 찾아 집에 보관해왔다는 것이다.
검찰은 실제로는 주범인 신씨가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47·구속기소)씨로부터 돈을 직접 받은 뒤 김씨를 통해 숨겨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또 신씨가 박씨로부터 불법대출의 대가로 박씨 계열사 지분 20억원 어치를 받기로 약정했다는 점도 새로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런 사실이 ‘대출 사기극’의 명백한 증거라고 보는 것 같다. 대검 고위간부는 19일 “두 사람이 은행돈을 가지고 장난을 친 것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씨 등은 이런 검찰의 주장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더욱이 대다수 국민이나 법원에 의해 ‘대출 사기극’의 증거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편 외압여부 수사는 여전히 답보상태. 한빛은행 감사팀 관계자들을 거의 매일 소환해 올해 1월 관악지점의 과다대출을 문제삼지 않은 이유를 집중 추궁했으나 이들은 ‘자체 판단’이라고 진술하고 있다는 것. 검찰은 한빛은행 이수길(李洙吉)부행장도 다시 소환 조사하려고 하지만 그를 추궁할 ‘근거’를 찾지 못해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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