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봉 이후 한국배드민턴의 간판스타로 군림해온 김동문(25·삼성전기). 그가 시드니에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18일 배드민턴 혼합복식 8강전에서 중국의 장준―가오링 조에 어이없는 스코어 차로 완패했던 그는 20일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남자복식 준결승에서도 인도네시아의 찬드라 위자야―토니 구나완 조에 무릎을 꿇고 말아 충격을 던졌다.
평소에도 말이 거의 없는 그는 자괴감에 숙소에서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96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동문은 나경민과 짝을 맞춰 지난해 국제대회 50연승 행진을 기록하는 등 올림픽 개막까지 만해도 혼합복식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남자복식에서도 김동문은 하태권과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영 딴판.
김동문의 추락에 코칭스태프는 물론 한국선수단 전체는 할 말을 잃었다. 뭔가에 홀린 것이라면 몰라도 그 외 이유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경기 운영을 했다는 것.
김동문이 추락한 이유는 도대체 뭘까. 권승택 대표팀 감독은 ‘부담감’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금메달에 대한 압박감이 유난히 심했는데다 파트너인 하태권의 군 면제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는 것.
소속팀 삼성전기의 최일현 감독도 “스타선수일수록 기량보다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훈련이 절실하다”며 그의 부진을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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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남자 4강 전멸…"단체전서 보자"
‘손에 잡힐 듯 하면서도 안 잡히는 금메달.’
한국 남자양궁이 또 힘없이 무너졌다. 개인전 예선라운드에서 나란히 1, 2, 3위를 차지, 사상 첫 개인전 금메달을 노리던 남자대표팀. 그러나 결국 단 한명도 4강에 오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올림픽 개인전 5연패, 단체전 3연패 등 ‘철옹성’을 쌓고 있는 여자팀에 비해 남자팀은 역대 올림픽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88서울 단체전)을 따낸 게 전부. 분명히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번번이 미끄러졌다.
여자는 되고 남자는 안 되는 이유는 뭘까.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각국의 견제세력이 여자팀보다 훨씬 넓게 분포돼 있다는 점이다. 여자의 경우 이탈리아와 중국 정도가 수준급. 하지만 남자는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쪽의 선수층이 여자에 비해 훨씬 두꺼워 이들의 실력이 거의 ‘종이 한장’ 차.
세계적인 대회의 우승 여부는 경기 당일의 컨디션 기후조건 등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각국엔 다들 뛰어난 에이스가 한명씩 꼭 있어 그 벽을 뚫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연합체제’를 형성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여자의 경우 이번 대회에서도 보여줬듯 8강이나 4강 안에 한국선수들이 집단적으로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꼭 내가 해내야한다’는 부담감은 별로 없다. 다른 선수들을 믿고 편안하게 쏠 수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남자선수들은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부담을 안고 사선에 들어간다. 20일 경기에서도 이왕우코치는 “장용호가 16강전에서 탈락하자 나머지 두 선수가 잘 쏴야겠다는 부담감을 더 안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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