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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충남 서천 해안 나들이…가을 전어 입맛 돋구고…

입력 | 2000-09-20 19:12:00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그래서 때로는 전혀 알지 못하는 곳을 찾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예 기대하지 않은 터이니 실망도 없을 것이고, 더러 운이 따른다면 예상치 않았던 즐거움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기분전환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충남 서천군의 바닷가인 마량. 아는 것이라고는 서천화력발전소가 들어선 서해안의 허다한 반도형 돌출부의 하나라는 것, 지난해부터 여름 한 철에만 관광열차가 운행되는 춘장대해수욕장이 있다는 것 정도. 주변 바다이름(비인만·灣)이 오스트리아의 수도(빈·Wien)와 닮아 처음 들은 까까머리 중학생 때 이후 지금까지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았던 곳. 그런 질긴 인연 덕에 마량포구로 떠나는 데는 어떤 주저함도 없었고, 별다른 기대감도 물론 갖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당도해 보니 역시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천군 비인만의 75㎞ 해안선의 상당부분을 이루는 띄섬 앞 고운 모래해변(서면 월하성리)은 아이들과 강아지를 데리고 아무 생각없이 산보하기에 그만이다. 작은 게가 구멍 밖에 아무렇게나 흩뜨려 놓은 모래알갱이의 기하학적 배치와, 둥그런 비인만의 바다 저편 해변 뒤로 해무에 휩싸여 수채화처럼 아스라이 보이는 겹겹의 산과 화력발전소의 높은 굴뚝을 스케치하듯 감상하는 것도 즐겁다. 잔잔한 바다를 점점이 장식한 녹음 짙은 작은 섬을 하나 둘 세면서 달리는 호젓한 비인만의 해안가 드라이브도 모처럼의 휴식을 진정한 휴식으로 만들어 준다. 이름 ‘비인’에서 언뜻 느껴지는 서정과 낭만, 순수함, 아련함 같은 것들이 적당히 뒤섞인 채로 열어 젖힌 가슴에 사랑스럽게 안긴다.

호수처럼 잔잔한 비인만의 바다 건너편에 금남정맥의 산줄기 끝에 있는 장항읍과 군산시가 어렴풋이 보이는 마량포구의 방파제 끄트머리. 여기서 바다는 350도 각도로 펼쳐진다. 이런 지형 덕분에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서해의 바다일출’과 서해낙조를 모두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진귀한 ‘서쪽에서 해뜨기’ 보다는 일상적인 서해일몰이 더 잘 어울릴터. 기왕에 마량을 찾았다면 장엄한 해넘이도 빼놓지 말도록 하자. 서천화력발전소 옆 동백나무숲 언덕 꼭대기의 동백정에서 감상하는 일몰도 일품이다. 앞 바다를 장식한 오력도, 언덕을 뒤덮은 400년생 동백나무숲(85그루·천연기념물) 덕분이다.

◀서천 앞바다에서 갓잡은 전어.

◇가을 전어 큰잔치

요즘 서천군 앞바다에서는 전어(錢魚)가 풍어다. ‘가을 전어 머리에는 참깨가 서말’이라는 말도 있듯 기름이 올라 육질이 부드러운 가을 전어는 요즘이 제철. 마량반도의 홍원항(서면 도둔리)에서는 26일∼10월 6일에 이런 가을전어를 한껏 맛볼 수 있는 전어 큰잔치를 펼친다. 19일 오후 홍원항에 입항한 어선 송석호(7t)에서 부려진 산 전어는 햇빛을 받아 눈이 부실 만큼 반짝이는 은빛비늘로 뒤덮여 있었다. 그 자리에서 배를 따고 비늘을 벗겨 갖은 야채와 함께 초고추장에 버무려 회무침을 해준다. 또 칼집을 내어 굵은 소금을 뿌려 잠시 재어 둔 전어는 석쇠에 올려 두고 번개탄 불에 구워서 먹는다.그 고소한 냄새란 ‘집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를 맡으면 집에 돌아온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주민들은 축제기간에 흥원항에서 전어무침(20마리·1㎏)은 2만5000원, 전어회와 전어구이(〃)는 2만원에 낸다. 서천명주인 한산 소곡주(700㎖·1만5000원 가량)와 함께 들면 금상첨화. 대하 꽃게도 먹을 수 있고 까나리액젓도 살 수 있다.

◇가는 길

△국도(21번)이용시〓천안∼온양∼예산∼홍성∼대천∼웅천∼비인 △고속도로(호남선)이용시〓호법분기점∼호남고속도로∼논산IC∼연무∼강경∼한산∼서천∼비인. 대체로 국도이용시 거리(233㎞)는 단축되나 운행시간(3시간반∼4시간반)은 더 걸린다.

◇문의

서천군청 문화공보실 041―950―4224

◇패키지 여행

홍원항 전어 큰잔치를 다녀오는 당일 여행상품이 판매중이다. 가격은 3만5000원. 한산모시관 동백나무숲 춘장대해변도 들른다.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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