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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독주회

입력 | 2000-09-20 19:58:00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의 연주를 좋아하는 두 가지 이유.

첫 번째, 그의 연주는 느긋하다. 김지연은 템포를 손 끝에 놓고 부릴 줄 아는 연주자다. 빠르고 느리기와는 관계없다. 달려가는 소리를 당기고 풀어주면서 악구에 부피감과 기품이 배어나도록 하는데 능숙하다.

그가 연주한 프랑크 소나타 A장조 음반을 플레이어에 올려놓는다. 4악장이 흘러나온다. 그는 분명한 윤곽과 색상을 가지고 낭랑하게 소리를 울려낸다. 살짝 높은 음역으로 올라가면서 힘을 늦춰준다. 미소가 어리는 것 같다.

두 번째, 그의 연주는 따스하다. 그가 연주하는 생상스의 협주곡 3번 끝악장. 반주부와 독주부가 주고받듯 최후의 순간을 향해 달려간다. 템포를 살짝 끌어당기는 순간 가슴에 화악 불이 지펴진다. “나는 살아있다. 세계는 아름답다. 멋진 내일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의 연주를 듣는 날엔 훨씬 젊어진 느낌을 갖는다. 밝은 생명의 충일감이랄까, 낙관주의의 아우라랄까, 그런 느낌. 그래서 그의 음반은 울적할 때 마다 꺼내듣고 싶어진다.

그러나 누구처럼 그의 매력에 일찌감치 포로가 된 사람이라면 조금의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90년대 중반 장영주, 벤게로프, 미도리와 함께 ‘신세대 4걸’로 알려졌던 그가 요즘 ‘뜸한’것은 아닌지? 후속음반은 없는지? 음반계의 침체와 그의 결혼이 맞물려 잠시의 휴식기를 즐겼던 걸까? 빛나는 음색은 지금도 살아있는 걸까?

궁금하다면 서울에서 5년만에 갖는 독주회를 기대해 보자. 10월5일 7시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그는 서있게 된다. 모차르트의 소나타 32번, 리햐르트 시트라우스의 소나타 B플랫 장조, 그리고 현대작곡가 케빈 푸츠가 그를 위해 새로 작곡한 협주곡 ‘아치(Arches)’가 연주곡이다. 95년 두 번의 앙콜무대를 만들어낸 이례적인 열기가 이번에도 재현될지 모르겠다. 7일에는 울산 현대예술관에서, 9일에는 부산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무대가 마련된다.

“어느 ‘대한민국’ 여자가 미인이란 소리를 듣고 기분좋지 않겠어요. 누가 제 얼굴을 보고 판을 사서 음악을 좋아하게 돼도 기쁜일 아니겠어요. 그런데 어릴 때 별명이 못난이였는데…”라며 쉴새없이 조잘거리던 수다장이. 서른이 된 그의 모습을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린다. 피아노 반주 데이비드 코레바. 2만∼7만원. 02―720―6633

김지연 약력 △1970 서울생 △줄리어드 음대 졸 △1983 뉴욕 필하모니 신인연주자 콩쿠르 1위 △1990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상 수상 △1993 덴온 레이블로 데뷔앨범 발매 (이후 4장 추가) △1994 칸느 클래식상 ‘최고의 데뷔상’ △2000 샌프란시스코 교향악단 미국 순회공연 협연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