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열정, 그리고 헌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의 면모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 세가지 요소가 적절히 조화되지 않은 선수가 없다. 이들에게 뭇사람의 찬사와 온갖 조명이 쏟아지게 되는 것도 한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기 위한 이들의 피나는 노력을 높이 사기 때문.
이미 4회연속 금메달을 획득한뒤 또하나의 ‘금’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물위의 사나이’가 있다.
영국 조정대표팀 스티븐 레드그레이브(38·영국). 84년 LA올림픽 유타포에서 금메달을 획득한뒤 종목을 바꿔가며 4연속 금메달을 획득, 시드니에선 무타포에서 금메달 추가를 장담하고 있다.
17년.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할 세월동안 ‘노’ 하나로 세계를 제패해온 그의 삶은 한마디로 ‘장인정신’이 녹아든 것.
어린시절 멋모르고 노를 잡았지만 16세에 아예 학업을 마친뒤 조정에 미쳐 지냈다. 79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국제무대에 데뷔한뒤 81년 세계선수권 8위, 시작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절치부심의 세월을 보낸뒤 86년 세계선수권 유타페어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뒤 93∼99년 사이 6번 우승 등 세계선수권에서만 모두 9번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역경도 많았다. 서울올림픽 무타페어에서 우승한뒤 그의 짝 앤디 홈즈가 은퇴하자 의욕을 잃고 잠시 봅슬레이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봅슬레이로 영국 대표팀 최종선발전에 나갈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노와 물을 잊을 순 없어 89년 다시 시몬 베리시포드란 짝을 찾아 컴백했다.
92년 바르셀로나에선 대장염을 앓고도 우승했고 최근엔 당뇨병에 걸려 고생하고 있으면서도 올림픽 금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레드그레이브는 21일 열린 준결승에서 6분2초28의 좋은 기록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평생에 걸친 레드그레이브의 조정에 대한 헌신이 5연속 금메달로 보상받을 수 있을지 23일 열리는 무타포 결승전에 귀추가 주목된다.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