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호텔에 가면 마주치는 조각품이 있다. 기하학적인 기둥을 이루는 수많은 돋음골에서 쉬임없이 물이 흘러내리는 미국의 미니멀 아티스트 에릭 오어(1939∼1998)의 작품이다.
한국의 조각가 이영학은 요즘 돌을 야트막하게 깍아내 물이 고이게 한 전통 돌확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그의 집에 있는 수십점의 돌확에 물떨어지는 소리가 실로폰 음향처럼 들리곤 한다.
두 사람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물을 소재로 한 조각전 ‘정(靜)+동(動)’전을 갖고 있다. 에릭 오어는 물의 흐름을 강조하는 서양의 ‘동(動)’의 세계,
이영학은 물의 고요함과 자연합일적인 요소에 주목한 동양의 ‘정(靜)’의 세계를 상징한다. 만물의 근원이 되는 물에 대한 동서양 조각가의 시각과 우주관의 차이를 볼 수 있다. 02―544―8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