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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한정석의 TV꼬집기]TV는 항상 죄인인가 또는 동네북인가

입력 | 2000-09-22 14: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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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석님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사실은 읽고나서 그리 심기가 편하지는 않군요. 일단 저의 신분을 먼저 밝힐까 합니다. 저는 지금 MBC 예능국에서 PD로 일하고 있습니다. 입사한지는 6년이상 됐습니다. 저는 먼저 저의 신분을 밝힘으로서 몇가지의 사실확인과 몇가지의 잘못된 한정석님의 생각을 지적할까 합니다.

우선 서태지의 컴백쇼 공연 편집은 모두 서태지와 홍종호라는 자신의 뮤직비디오 PD와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쇼의 연출과 구성은 물론 MBC의 연출진에 의해서 이루어졌지만 워낙에 서태지라는 인간이 독종이어서 자신의 쇼무대 연출 편집만은 자신이 하겠다는 양해하에 MBC와 계약이 이루어 진 것입니다. 좀더 한정석님의 관찰이 세심하다면 서태지의 컴백쇼가 과연 1회 공연이었나도 보셨어야 합니다.

우선 조명을 세심하게 보시면 각 커트의 조명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태지는 공연을 2번 했습니다. 관객들이 있는 상태에서 한번. 없는 상태에서 한번. 이렇듯 서태지의 컴백쇼 공연은 '잘못된 TV'를 선택한 태지의 손수 편집이었습니다. 여기서 과연 그러면 PD는 뭐했냐고 물어보시면 안됩니다. 그 이유는 서태지는 자신이 만든 곡을 이미 어떻게 비쥬얼화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며 만들기 때문입니다. 가령,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공연실황 앨범도 자신의 프로듀싱아래 디렉팅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만큼 서태지는 대단한 뮤지션입니다. 한정석님은 지적한 공연의 빠른 편집에 대한 논란을 뒤로하고 이런 사실을 먼저 알으셔야 할 것입니다. 흡사 태지는 위대하고 TV는 멍청하다식의 암묵적인 이분법은 삼가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간간히-이말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나오는 서태지의 바스트 샷은? 물론 서태지 자신의 선택입니다. 저 역시 서태지쇼의 편집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런 편집이 나오기 위해서는 각 카메라-참고로 그날 사용된 카메라 숫자는 15대 이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중계차가 2대나 떳지요- 마다 VCR를 물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서태지는 공연이 끝나고 이틀동안이나 밤을 새워가며 홍종호와 함께 박자와 편곡에 맞추어 재편집을 했습니다. 간간히 들어가 있는 서태지의 바스트샷은 자신의 의도대로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편집-바스트샷의 간간한 출현과 빠른 편집및 무빙-이 과연 공연의 실황을 담는데 문제가 있나라는 문제에 들어가는데...한정석님도 Korn이라는 외국그룹을 따왔으니 저또한 외국의 예를 들면 그들도 또한 모두 카메라마다 VCR를 물려서 사후 편집을 하여 비디오로 출시하거나 TV에서 방송합니다. 가령, 이글스의 어쿠스틱앨범도 그렇고 너바나의 MTV 라이브 앨범도 그렇습니다. 그들도 신이 아닌 이상 라이브도중 각 카메라에 콜을 해가며 가장 좋은 영상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음악이 박자라는 리듬감을 타서 전달될 때는 더욱더 화면에 보이기가 힘들게 됩니다.

저는 그래서 서태지의 이런 편집시도를 긍정적으로 봅니다. 한정석님의 지적과 같이 바스트샷의 과도한 사용이나 무빙샤과 빠른 편집-일반적으로 빠른 편집이라함은 각 커트의 길이가 1초 이내에 바뀌게 됨을 말합니다.-은 공연의 생생함을 인물에 촛점을 맞추게 함으로써 전체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게 되지만 서태지의 공연은 그 경우가 아니었다고 봅니다.

두번째로 한정석님이 지적하신 풀샷위주의 편집이었어야 했다에 대해...그것이 가장 라이브공연 실황을 잘 전달해주냐에 대해서는 저는 상품미학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할말은 없지만 그것과 달리 한정석님의 관찰력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서태지의 쇼는 편집구성의 70%이상이 풀샷위주였습니다.

사실이 아니라고 믿겠지만 첫번째 노래였던 Take-one의 경우 서태지의 바스트 샷이 나오기까지 무려 2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역시 서태지의 바스트 샷을 구경하기는 그리 쉽지가 않았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과도하게 풀샷을 사용하여 풀-풀-롱풀 이었던 적도 있습니다. 쇼PD의 기본 커트방침인 풀-미디움-바스트 라는 순서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죠. 이런 교과서적인 커트순서를 벗어난 것에 대해 담당 PD와 얘기한 적까지 있는데 이를 두고 그런 지적을 하는 한정석님의 용기에 감탄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한정석님의 글을 인용하여 서태지 게시판에 올리는 무식한 팬들에 대해서도 놀라울 뿐이구요.

한정석님도 알다시피 일반인들은 쇼트나 무빙이나 풀샷이나 편집이냐하는 이런 용어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한정석님이 글을 읽는 사람이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하며 한번의 관찰로 글을 써서는 안되죠. 더군다나 신문에 글을 올리고 원고료를 받는 입장이라면 보다 세심한 관찰과 분석이 필요합니다.

한정석(PD·영화평론가) kalito@crezi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