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춘 일본 기업들이 앞다퉈 한국의 유망업체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일본 자본의 한국진출은 전통적인 제조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정보통신기술 생명공학 반도체 벤처캐피탈 등 거의 모든 업종으로 확산되는 추세. 정부도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일본의 부품 소재산업을 적극 유치한다는 방침이어서 일본의 대한투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2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일본자본의 국내 투자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방일 기간중 효성 조석래(趙錫來)회장, 코오롱 이웅렬(李雄烈)회장, 아시아나 박삼구(朴三求)사장 등이 일본의 부품 소재업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설명회에 참석하며 이와 별도로 벤처기업인 10여명도 일본 자본의 투자 유치에 나선다.
최근에 성사된 가장 큰 투자는 쌍용양회에 대한 태평양시멘트사의 3억5000만달러. 일본의 태평양시멘트사는 최근 쌍용양회가 발행하는 보통주 2억달러와 우선주 1억5000만달러 어치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확정지었다. 일본측이 최대 주주가 되지만 경영은 쌍용과 공동으로 하게 된다. 쌍용양회 관계자는 시멘트 공장이 동해시에 있기 때문에 일본업체 입장에서는 제품을 일본으로 수송할 때 드는 물류비용이 일본 국내와 별 차이가 없게 된다 고 말했다.
일본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디지털그룹은 데이콤에서 분사한 데이콤 사이버패스에 10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히카리통신은 옥션 라이코스코리아 등 인터넷 업체에 돈을 대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개인투자자들이 여유자금을 모아 국내 창업투자회사에 출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일본의 고리대금 자본도 자국의 저금리를 피해 한국에서 성업중이다.
이에 따라 97년 2억7000만달러에 불과했던 일본의 한국투자 규모는 98년 5억달러에 이어 지난해 17억5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일본 기업의 한국투자가 활기를 띠는 것은 일본 제품에 대한 수입선 다변화조치가 해제되고 대중문화 시장이 개방되면서 한국에서의 사업여건이 유리해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여유자금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성장 가능성도 높은 한국의 벤처기업에 관심을 갖게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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