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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40조 추가조성]주먹구구 예측-사후관리 허술

입력 | 2000-09-22 18:34:00


정부가 추가 조성할 공적자금 40조원은 제대로 쓰일까. 이를 예측하는데는 지금까지 ‘잘 사용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태껏 써온 공적자금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어차피 문을 닫아야 할 회사에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쏟아 부은 것이라든지 매각대금이 5000억원선인 제일은행에 34배가 넘는 17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정책 실패’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어디에 얼마나 썼나〓정부가 22일 발표한 공적자금 백서에 따르면 97년말부터 8월말까지 투입한 공적자금은 총 109조6000억원. 여기에 정부보증채권의 8월까지 이자분 8조5000억원과 이달 제일은행에 투입한 2조9000억원까지 합치면 모두 121조원이다.

이 공적자금은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대부분 쓰였다. 은행권 구조조정에 전체 공적자금의 64%인 70조3000억원이 투입됐다.

정부가 은행에 출자한 몫이 29조1000억원이고 출연이나 자산매입에 20조1000억원, 부실채권을 정부가 사주는데 21조1000억원이 들었다. 이중 제일은행 한 곳에만 무려 12조5000억원이 쓰였고 서울은행에도 8조원이 투입돼 두 은행은 ‘돈먹는 하마’ 노릇을 했다.

종금사에도 11조9000억원이 들어갔다. 대우가 ‘두 손을 드는’ 바람에 부실해진 투신사에는 출자지원과 부실채권 매입 등에 총12조2000억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갔다.

보험사에도 출자(6조8000억원)와 출연 자산매입(1조9000억원) 부실채권 매입(1조8000억원) 등 10조5000억원의 공적자금이 사용됐다. 금고와 신협에도 예금대지급용으로 각각 3조2000억원과 1조5000억원이 투입됐다.

▽문제점은 없나〓정부는 처음부터 부실규모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당초 정부는 98년 3월말 기준으로 금융권 부실규모를 118조원으로 추산했지만 앞으로의 상황을 내다보지 못했다는 평가다.

더구나 제대로 살아날 수 없는 금융회사들을 지원하면서 결국 공적자금 부실을 키운 셈이 됐다. 대한과 중앙, 나라종금은 98년 영업정지됐다가 재개후 다시 문을 닫았는데 이 과정에서 5200억원의 공적자금이 추가로 들어갔다. 또 제일종금 신세계종금 등 16개 종금사에 부실채권을 9200억원어치 사들였지만 결국 모두 문을 닫았다. 부실한 한투 대투 등 이미 공적자금을 넣은 투신사도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부실기업주에 대한 책임추궁이 미흡하다는 점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후 사후에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경영이 더 악화되는 사례도 속출했다.

구분

예금보험공사 증자지원 등

자산관리 공사부실 채권매입

합계

지원내용

증자

출연
예금대지급

자산매입
기타

소계

은행

퇴출은행
(5개)

1.2

9.6

0.2

11.0

1.1

12.0

제일
서울은행

9.0

0.0

1.6

10.6

4.1

14.8

기타은행

6.3

0.0

0.0

6.3

12.1

18.4

소계

16.5

9.6

1.8

27.9

17.3

45.2

제2금융권

생보사

3.9

1.4

0.0

5.3

0.0

5.3

보증보험

0.1

0.0

0.0

0.1

1.4

1.5

종금사

0.0

5.8

0.0

5.8

1.7

7.5

금고

0.0

2.9

0.2

3.1

0.1

3.2

신협

0.0

1.3

0.0

1.3

0.0

1.3

소계

4.0

11.4

0.2

15.6

3.2

18.8

 

총계

20.5

21.0

2.0

43.5

20.5

64.0

moneychoi@donga.com

▼시장반응▼

시장에서는 정부의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공적자금 40조원 추가조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불안심리를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또 정부의 분명한 구조조정의지는 확인할 수 있으나 앞으로 국회통과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에서 이행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선언보다 실천이 중요〓전문가들은 예상보다 많은 자금을 조성해 강도 높은 금융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는 충분히 느껴지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상무는 “공적자금 추가조성 필요성은 올 4월부터 제기됐기 때문에 시기가 너무 늦어진 감이 있다”며 “그러나 정부가 당초 거론됐던 10조원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조성한 것은 대응자세가 능동적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국회공전으로 지급보증 동의안 통과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금융구조조정은 계획만 세웠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며 “국민적 동의를 얻고 국회통과 후 실제 집행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총선이전에는 공적자금이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했다가 다시 40조원이나 들고 나와 외국인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는데 이를 어떻게 회복할지가 관건이다.

▽40조원으로 충분할까〓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 “시장참여자들이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구조조정을 이루려면 250조원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자동차의 부실이 한달에 2000억∼3000억원이나 늘어나는 것처럼 공적자금 소요액을 예상할 때와 실제 집행할 때의 시차 때문에 필요자금이 크게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대출원리금이 3개월 이상 연체되고 있는 ‘황색거래업체’가 1만4000개나 되고 경기마저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을 중심으로 추가부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반면 메리츠증권 구경회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미래에 발생할 부실까지 정리할 필요는 없고 현 상황에서 40조원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nirvana1@donga.com

▼합의과정 뒷얘기▼

공적자금 추가조성규모와 관련, 정부 여당은 한때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과 민주당 관계자들은 21일 추가조성 규모를 협의했으나 ‘발표 금액’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의견차이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40조원이라는 추가조성규모가 국민에게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며 30조원 정도로 삭감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장관은 “난들 재경부장관에 취임한지 얼마 안돼 국민에게 인기가 없을 것이 뻔한 이런 정책을 택하고 싶은 줄 아느냐”며 “만약 정치적 이유 때문에 추가 공적자금 규모를 필요한 액수보다 줄였다가 나중에 다시 국민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면 당쪽에서 책임을 지겠느냐”고 반박했다는 후문.

이 과정에서 양측은 한때 고성이 오가는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진장관이 “좋다. 당신들이 그렇다면 마음대로 해라. 금융기관 및 기업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는다면 나도 장관직을 떠나면 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 끝에 당정은 공적자금 추가조성 규모에 겨우 합의했다.

진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 과천청사로 돌아와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 실무진들이 작성, 다음날 발표할 공적자금 관련 자료를 검토했다. 재경부의 자료 인쇄작업이 끝난 것은 22일 오전 5시경.

진장관은 8월초 취임 직후 “추가 공적자금이 필요없다”는 전임 ‘이헌재(李憲宰)경제팀’의 방침이 현실적으로 지켜질 수 없다고 느꼈다고 했다. 다만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꺼번에 뒤집기가 어려웠다는 것.

진장관은 기자들에게 “이번 결정이 잘못된 것으로 나중에 판명될 경우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말했다.

구분

예금보험기금

부실채권정리기금

기 조성규모

43.5

20.5

64

추가조성규모

40

-

40

83.5

20.5

104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