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업체 네티존의 갑작스러운 부도소식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인터넷서비스 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네티존은 한국통신의 본거지인 분당에서 한국통신을 누르고 보급률 1위를 기록할 만큼 탄탄한 기반을 구축해온 벤처기업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도 2달전인 7월에는 지앤지네트웍스로부터 112억원을 출자받기로 하는 인수 합병(M&A)까지 선언한 터여서 부도는 의외의 소식이었다.
부도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순조롭게 진행되던 M&A의 무산. 7월11일 인수 합병을 위한 사업제휴 계약서에 서명한 지앤지측이 한달여만에 이를 무효화함으로써 자금사정이 급속히 악화됐다.
유동성 확보가 다급해진 네티존은 8월31일에는 본계약을 파기하고 네티존 경영진의 주식을 담보로 4억원을 빌리는 굴욕적인 2차계약에 합의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아 최종 부도처리되는 운명을 맞아야했다. 이에 대한 지앤지측의 설명은 “합의사항 불이행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것.
M&A가 벤처기업들의 자금난을 타개하는 탈출구로 관심을 끌고있지만 불순한 의도의 M&A시도와 사전정보 부족 등으로 M&A가 무산돼 경영이 오히려 악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업체들은 인수합병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인력이나 기술력이 유출되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또 일부 업체들이 기술시너지 효과를 높이기보다는 단순히 기업규모를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M&A를 진행하고 있어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다.
음성데이터 관련 칩을 개발하는 S사도 2건의 M&A 추진이 잇달아 무산되면서 사무실과 인원을 축소하는 호된 후유증을 치른 케이스.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제휴업체와의 협상이 중단된데 이어 모 반도체유통업체와의 주식양도를 통한 M&A 추진도 성사 일보직전 무위로 돌아간 것.
이 회사 관계자는 “해당업체에 대한 사전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10명이던 직원이 3명으로 줄어들어 사세가 급격히 약화됐다”고 밝혔다.M&A 실패에 따른 부도후 회사 재건을 위해 뛰고있는 네티존의 이상운사장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한 상대방도 문제지만 성급하게 경영권과 영업권을 넘겨준 것도 화근이었다”고 후회했다. 이와 관련, 성보경 프론티어M&A 대표는 “M&A 문화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경영정보와 주식유통시장의 공정한 질서 확립과 함께 M&A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 기준 확립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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