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선수들이 울었다. 그러자 관중석에 있던 여자선수들도 덩달아 눈물을 흘리며 얼싸안았다. 왜 그랬을까.
88서울올림픽 양궁 단체전 금메달 이후 쌓여있던 12년 동안의 한을 풀자 가슴속 깊이 감춰져 있던 눈물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 것이다.
22일 시드니올림픽 양궁 마지막 경기가 열린 올림픽파크 양궁장은 그야말로 ‘눈물의 바다’였다.
마지막 한 발을 9점에 꽂아넣은 뒤 주장 오교문(인천제철)은 울분을 토해내듯 거센 함성을 질렀고 후배 장용호(예천군청)와 김청태(울산남구청)도 주먹을 불끈 쥔 뒤 얼싸안았다.
12년 동안 기다려온 금메달. 올림픽 때마다 두 개씩 금메달을 거머쥐던 여자선수들에 비해 남자 3명 가운데 금메달을 구경해본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항상 스포트라이트는 여자선수들의 몫이었다. 시드니올림픽까지 포함해 개인전 5연패, 단체전 4연패 등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양궁이 따낸 금메달이 무려 10개인 데 반해 남자는 단 1개. 전날 여자선수들이 승전보를 울리면 그 다음날 경기에 나서는 남자선수들의 마음은 천근만근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오교문은 “물론 여자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기쁘기는 했지만 한편으론 더욱 부담스러웠다. 우리도 잘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번 대회에서도 개인전 1, 2, 3위를 휩쓴 여자에 비해 남자부에선 3명이 8강에서 모조리 떨어져 나가 또다시 예전의 악몽이 재현되는 듯했다. 서오석 남자코치는 “여자선수들이 너무 잘하니까 많이 위축된 게 사실”이라며 “부담감을 잊고 한번 뭉쳐보자고 선수들과 결의를 했는데 좋은 성적을 내줘 너무 고맙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항상 미안해하던 여자선수들도 이날 관중석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윤미진과 김남순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 어쩔 줄 몰라했고 김수녕도 금세 얼굴이 붉어졌다. TV해설을 하던 이은경도 흐르는 눈물에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김수녕은 “같이 고생하며 훈련을 했는데 남자팀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아쉬웠었다”며 ‘동반 금메달’을 누구보다 반가워했다.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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