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의 ‘액운(厄運)’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탓일까. 96년 6월 5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이후 피해보상금 차원에서 서울시로 소유권이 넘어온 동대문 청평화상가와 제주 여미지식물원은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벌써 5년째 세월을 허송하고 있다. 게다가 시가 390억원으로 추정되는 청평화시장은 급기야 서울시와 시장 상인들 간의 소송전에 빠져들었다.
서울시는 99년 5월 공매를 통해 청평화시장의 소유권을 ㈜메타월드측에 넘겼으나 잔금 입금과정에서 이 회사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매각 일정이 중단됐다. 곧이어 서울시는 29일 360억여원의 예정가로 다시 공개매각할 방침을 밝혔지만, 시장 상인들은 “당시 조례안에 수의매각 규정이 있었다”며 상인들의 우선 매수권을 주장하면서 20일 공매처분을 금지하라는 가처분신청을 서울지법에 냈다. 그러나 서울시는 “조례안의 상위법인 지방재정법 시행령에 의하면 청평화시장의 경우 수의계약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제주 여미지식물원도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
여미지 식물원은 여러 차례 유찰되는 수난을 겪다 지난해 재미교포가 운영하는 CGI사측이 매입의사를 밝히기는 했지만 결국 지난해 11월 CGI측 자금사정으로 계약이 무산됐다. 500여억원에 이르는 식물원의 국내 인수자가 선뜻 나서지 않자 서울시는 5월 식물원을 2004년까지 대대적으로 고쳐 관광명소화할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시 일각에서는 식물원과 다른 시설을 함께 묶어 재산가치를 높여 다시 매각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97년 11월 서울시로부터 옛 삼풍백화점 부지 4657평을 2052억원에 사들인 대상 측은 이 곳에 37층 규모의 초고층 주거복합건물을 지으려 했지만 인근 삼풍아파트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2월 대상측에 건축허가를 내주긴 했지만 삼풍아파트 주민들은 3월 서울행정법원에 건축허가 취소처분 소송을 제기, 지루한 ‘소송전’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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