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22일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의원이 수뢰혐의로 수배를 받아온 신용보증기금 전 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씨측과 접촉해 왔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운영씨의 ‘배후세력’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면서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이에 한나라당이 ‘배후세력’ 의혹 제기는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 수사를 호도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서 한빛은행사건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는 이날 긴급 소집된 최고위원 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이씨를 비호하고 배후조종했다는 사실이 엄의원의 고백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중대사태로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보고를 받고 그렇게 하라고 했다면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수배중인 범법자와 국가정보원 고위직 출신들로 구성된 사설공작팀인 ‘국가사랑모임(국사모)’을 배후 조종해 국법질서를 문란시킨 치밀한 정치공작”이라며 국사모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반면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엄의원 발언은 술자리에서 나눈 몇마디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고 해명한 뒤 한빛은행사건 수사검사가 ‘총풍(銃風)’ ‘세풍(稅風)’사건 담당검사였음을 들어 “검찰수사팀을 교체하라”고 요구, 역공에 나섰다.
그는 또 “민주당이 국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야당 총재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망발을 거듭하고 있다”며 “우리는 28일로 예정된 대구 장외집회를 부산집회보다 더 큰 규모로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발언 당사자인 엄의원은 “이운영씨가 요청해오면 우리당 인권위에서 변호사 선임계를 내고 법정에 출두해서라도 변호에 나서야 한다는 일반론적 얘기를 했을 뿐”이라며 “내가 스스로 배후라고 말했겠느냐”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엄의원은 21일 모 일간지와의 회견에서 이운영씨의 변호사를 통해 이씨측과 수시로 접촉해 왔으며 이씨와 검찰 출두시기 등에 대해 협의했음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의원은 또 “국정원 전직간부 송영인(宋永仁)씨가 이운영씨를 돌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정원 2, 3급 출신 모임인 국사모의 변호인으로 활동하면서 송씨를 알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이 신문은 보도했다.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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