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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훈의 책 사람 세상]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부활

입력 | 2000-09-22 18:58:00


이집트 역사학자 무스타파 알압바디가 처음 구상하여 1987년부터 추진되어 온 비블리오테카 알렉산드리나(Bibliotheca Alexandrina) 프로젝트(http://www.unesco.org/webworld/alexandria―new)가 완결을 목전에 두고 있다. 10월 알렉산드리아에 11층 규모로 완공되며, 정식 개관은 2001년 초에 이루어질 예정이다.

◆ 이집트 14년만에 완공 목전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부활이라는 의의를 지니는 이 프로젝트의 소요 재원은 2억달러에 달한다. 이집트 정부가 유네스코의 후원을 받는 형식이지만,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다. 이집트는 부지 제공과 컨퍼런스센터 건축을 맡았고, 전체 진행 상황을 감독했다. 중동 산유국들은 6500만 달러를 제공했고, 노르웨이는 344만달러 상당의 가구를, 일본은 오디오 및 비디오 설비를, 독일은 자료 자동운송 시스템을, 프랑스는 도서관 자료관리 인력의 교육을 담당했다.

일단 50만권의 장서로 시작하여 점차 800만권의 장서를 갖출 계획이다. 300여곳의 열람실에 25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으며 슬라이드, 테이프, CD롬, 인터넷, 비디오 등의 자료도 갖추게 되고, 컨퍼런스센터는 3500여 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고대의 무세이온(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관장, 후원한 학술연구센터) 및 그 부속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그러했듯이, 새로운 도서관에도 과학박물관, 문자박물관, 정보과학 교육센터 등이 들어서게 된다.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자리로 추정되는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바다를 향한 북쪽은 20도의 경사도로 기울어져 있고, 앞쪽은 땅 밑으로 들어가 있는 모양이다(전체적으로 해시계 모양). 남쪽으로는 창문이 없이 화강암 벽면이 자리잡는데, 전 세계의 모든 문자들로 장식된다. 526명의 지원자 가운데 선발된 노르웨이 건축가 스노헤타가 설계했는데, 둥근 모양은 인류의 지식 전체를 형상화한 것이며, 마이크로칩 모양의 지붕은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라 안과 바깥 사이에 다양한 정보가 소통되는 역동적인 공간임을 뜻한다.

◆ 네트워크 갖춘 매래 도서관

이른바 전자도서관의 광풍 속에서, 방대한 규모의 도서관 건물이 무슨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차라리 일종의 데이터센터 또는 네트워크가 바람직한 미래 도서관의 모습이 아닐까? 그러나 도서관은 ‘종이 묶음’을 보관하는 건물이 아니다. 도서관은 ‘의미’들이 만나는, 그리고 ‘의미’와 사람, 사람과 사람이 몸으로 만나는 공간이다. ‘몸을 여기서 저기로 움직이는 것, 몸이 여기서 저기로 가는 건 거룩하다.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여기로, 가까운 데 또는 멀리 움직이는 건 거룩하다. 삶과 죽음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정현종의 시 ‘몸이 움직인다’중). 마찬가지 맥락에서, 도서관으로 그리고 도서관에서 움직이는 건 거룩하다. 민족 국가의 성원이자 세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비블리오테카 알렉산드리나 프로젝트의 완결을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표정훈 (출판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