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라디오를 켜고 칫솔질을 한다. 출근해 e메일과 팩시밀리를 확인하고 퇴근해 할인매장을 들러 폴리에스터 의류를 산다. TV를 보며 전자레인지에 간식을 덥혀 먹는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20세기의 과학적 성과가, 특히 노벨상이 끼어들지 않은 부분이 없다. 라디오와 TV의 탄생만 해도 마르코니의 무선전신과 리처드슨의 에디슨 효과 증명 등 수많은 노벨상 수상업적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
e메일도 마찬가지다. 198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양자 홀 효과’의 연구가 없었다면 정밀한 반도체 설계도 불가능했을 테고, 오늘날의 웹 세상은 도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신의 과학적 성과를 제시하면서 그 성과물의 토대가 됐던 전 시대의 성과들을 층층이 계보로 소개해 이해를 돕는다. 복제양 돌리를 설명한 뒤 다윈의 진화론으로 돌아가 멘델의 유전학, 드브리스의 돌연변이설, 모건의 유전자 연구로 나아간다.
무심히 지나치고 마는 자동문에도 아인슈타인이 1905년 발견한 ‘광전효과’가 기초를 이루지 않는가. 광전효과의 발견은 빛의 입자성 논란을 거쳐 ‘모든 물질이 파장의 성질을 갖고 있다’는 드브로이의 발견으로 이어지고, 결국 현대 사상계에 육중한 충격파를 가져온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로 이어진다. 불학정성 원리와 자동문은 똑같은 발견에서 유래하는 셈.
‘현대 과학의 계보학’을 이해하는 데는 나무랄 데 없는 개론서지만, 정작 책의 주제가 되는 ‘노벨상’은 설명의 부차적인 부분에 머물러 있거나 인위적으로 끼워맞춰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다못해 역대 수상자 연표라도 실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노벨상이 만든 세상'/ 이종호 지음/ 나무의 꿈/ 전3권 각권 340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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