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영(李運永)씨는 과연 청렴한 금융인이었나, 아니면 그와 거래한 기업체 대표들과 과거 직장 동료 등의 말대로 ‘자판기’였나. 그의 별명 자판기는 ‘돈’(뇌물)을 넣어야 ‘돈’(대출보증)이 나온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씨는 그동안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줄곧 “20여년 직장생활중 부정한 돈은 단 한푼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씨 밑에서 근무했던 김주경(金周慶·전 영동지점 차장)씨는 “이씨는 지점장 시절 대출보증을 해주면 으레 대출보증액의 1%를 사례금으로 챙겼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팀장들이 대출보증 관련 서류를 올리면 결재를 미루다가 기업체에서 눈치를 채고 돈을 갖다 주면 그때서야 결재해주고 돈을 챙겼다는 것. 김씨는 “이씨가 하루에 6억원을 대출보증 해주고 600만원을 받는 모습도 봤다”고 진술했다. 또 22일 검찰에 소환된 기업체 대표 2명도 “이씨에게 대출보증 대가로 수 백 만원씩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또 자신이 비판하고 있는 ‘대출보증 압력’을 본인 스스로 가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씨는 검찰에서 “98년 10월 내가 순천소장으로 근무할 당시 이지점장이 전화를 걸어 모 기업체에 대해 2억원을 대출보증 해주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문제의 기업이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실제 기업주와 명목상의 사장이 달라 대출보증을 거절했다고 한다.
김씨는 “99년 2월 인사 때 영동지점 팀장으로 옮겨 지점장이던 이씨와 처음 만나게 됐다”며 “당시 이지점장은 대출보증 청탁을 거절한 때문인지 유독 나에게 골치 아픈 업체를 배정해주고 감사를 집중시키는 등 불이익을 줬다”고 말했다. 그런 개인적인 불만과 공분(公憤)에서 고교 후배를 통해 이씨의 비리를 사직동팀에 제보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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