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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장선우와 박재동이 만드는 장편 애니

입력 | 2000-09-22 19:06:00


"한국적 미의 극치를 추구하겠다."

영화감독 장선우와 시사만화가 출신 애니메이션 감독 박재동의 결합으로 관심을 모은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 의 제작 발표회가 21일 오후 6시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렸다.

당초 는 장선우 감독이 혼자 추진했으나, 최근 (주)오돌또기에서 독립 애니메이션 제작을 하고 있는 박재동 감독에게 손을 내밀어 공동작업을 하게됐다. 두 사람은 에서 공동 감독을 맡을 예정이고, 박재동 감독은 별도로 아트 디렉터까지 겸할 계획이다.

이날 발표회장에는 두 감독을 비롯해 투자자인 유니코리아 문예투자(주)의 염태순 대표, 프로듀서를 맡은 이용배 계원조형예술대 교수와 오성윤 (주)오돌또기 공동대표 등이 함께 참석했다.

오는 2002년 개봉 예정인 는 총예산 40억원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한국적 애니메이션'을 기치로 내세운 작품이다. 등 개성 강한 작품만을 만들어온 장선우 감독이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하겠다"고 해서 기획 초기부터 애니메이션계와 영화계 양쪽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날 발표회장에는 그런 관심을 반영하듯 애니메이션 관계자 외에 유인택, 명계남, 박철수 등 여러 영화계 인사들의 모습이 눈에 띠었다.

최근 준비중인 대부분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들이 범세계적인 줄거리나 캐릭터를 등장시킨데 반해, 는 이야기 뿐만 아니라 영상에서도 철저하게 한국적인 미를 추구하고 있다.

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무속신앙의 백미로 꼽히는 서사무가 '바리데기'에서 이야기 틀을 따온 작품. 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굿판을 통해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면서 내려온 대표적인 구비문학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는 '서울 문덕순본'과 '동해안 김석출 본'이 주요 자료로 쓰였고, 그외에 불교와 선에 대한 사상이 주요한 참고 자료가 됐다.

장선우 감독은 "대학시절부터 굿판에 심취해 있던 나에게 '바리'는 오랫동안 그리던 소재이다. 바리 설화의 이야기를 문학적, 예술적으로 그리고 싶었다"며 이 작품에 대해 오랫동안 품어왔던 열정을 소개했다.

그는 3년전 가 끝난 이후 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하다. " 이후 서방에 들어앉아 '바리'의 이야기를 새롭게 구상했다"며 "우리의 전통미술의 멋을 한껏 담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는 우리의 전통 무속설화를 소재로 한다는 점 못지않게 파격적인 제작방식으로도 화제를 낳고 있다. 우선 제작진은 기존 애니메이션 제작과는 달리 모든 과정을 일반에 공개하는 '오픈 제작방식'을 택했다.

시나리오 수정에서 캐릭터 설정, 배경 등 제작의 과정을 인터넷에 개설한 사이트 '바리방'(www.bari.co.kr)을 통해 공개하고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모으는 방식이다. 인터넷 사이트의 자료실에 시나리오와 제작에 필요한 각종 미술자를 모아두고 이를 바탕으로 네티즌이라면 누구든 자유롭게 자신의 아이디어나 그림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40여종의 캐릭터와 20여가지의 배경, 34개의 이미지보드용 그림들이 네티즌으로부터 올려져 있다.

자칫 의견만 분분할 뿐, 작품이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제작진은 오히려 그런 다양한 의견을 통해 우리 애니메이션계의 취약점인 '기획역량 부족'을 타개하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작품에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배경이 되는 실크로드는 장선우 박재동 감독을 비롯한 제작스탭들이 직접 답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다음달 2일 북경을 출발해 서안, 난주, 돈황, 쿠르칸을 거쳐 인도 뉴델리에 이르는 34일간의 대장정을 떠날 계획이다.

한편, 그동안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 를 만들기 위해 3년간 고분분투했던 박재동 감독은 이날 발표회장에서 "이번 의 제작에 참여하는 것이 결코 의 포기는 아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에 쏟아붙겠다"며 에 이어 2004년에는 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김재범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