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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선수촌 "부부라도 합방은 안돼"

입력 | 2000-09-23 19:08:00


‘아무리 부부라도 합방은 안돼.’

시드니올림픽 기간 선수촌내 남녀 숙소가 엄격히 구분돼 있어 남편을 곁에 두고도 생이별을 하고 있는 ‘두 아내’가 있어 눈길.

배드민턴 정명희코치(36)와 요트 미스트랄에 출전한 주순안선수(30).

같은 배드민턴 대표팀 코치인 김중수씨(40)가 남편인 정코치는 “태릉선수촌에 있을 때부터 별거한지 벌써 몇 개월 됐어요. 팀성적만 좋으면 몇 년이라도 괜찮은데…”라며 무덤덤한 표정.

사실 이들 부부는 배드민턴으로 인연을 맺었고 또 그런 만큼 배드민턴에 모든 것을 희생해 왔다. 91년부터 번갈아 대표팀 코치를 맡아왔고 지난해부터는 함께 코치를 맡는 바람에 두 아들을 화순 본가에 맡겨 키워왔을 정도.

주순안선수 역시 같은 요트 선수로 레이저급 김호곤(29)이 신랑이다. 지난해 가을 결혼한 이들은 올림픽을 앞두고 각종 국내 전지훈련 때문에 신혼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올림픽선수촌내에서 두 사람이 묵고 있는 숙소 거리는 불과 200여m. 그러나 부부에겐 이 거리가 천만리 같다. 종목이 서로 달라 경기가 벌어질 때 뭍에서 먼발치로나마 열심히 응원하는 것이 유일한 애정표현.

이들이 올림픽 개막식보다 폐막식을 더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