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물보다 진했다.’
여자 100m 결승에서 나란히 3,4위로 골인한 자메이카의 샛별 타냐 로렌스(25)와 ‘비운의 흑진주’ 멀린 오티(40).
이들은 경기가 끝난 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끌어안으며 맺힌 앙금을 씻어냈다.
동메달리스트로 공식 인터뷰에 초청받은 로렌스는 “오티야말로 어릴 적부터 나의 영원한 우상이었다. 내가 그를 이겼다는 사실보다 그와 함께 올림픽에서 뛰었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기쁘게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에 대해 오티도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 무대인 것만은 틀림없다”며 다시는 후배의 출전권을 빼앗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티는 8월 국내대표선발전 100m서 4위에 머물러 400m계주 티켓만 확보했으나 ‘금지약물 징계 때문에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무리하게 100m 출전권을 요구해 로렌스를 비롯한 후배들과 심각한 마찰을 빚었었다.
특히 자메이카올림픽위원회가 원칙을 무시하고 오티의 출전길을 열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선수들은 ‘오티와 함께 뛸 수 없다’는 플랭카드를 든 채 올림픽 보이콧 데모를 벌이는 등 ‘오티 파동’은 자메이카 선수단을 내분 양상으로까지 몰고 갔다.
결국 페타 게이 도우디의 양보로 올림픽 6연속 출전권을 얻은 오티는 이날 후배에게마저 뒤진 4위에 그쳐 자신의 마지막 무대에서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지만 오히려 홀가분하게 그라운드를 떠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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