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올림픽에서 일본에 사상 첫 마라톤 금메달의 감격을 안긴 다카하시 나오코(28·일본)는 ‘늦깎이’ 천재 마라토너.
오사카가쿠엔 대학 시절 중장거리 선수로 활약했지만 누구 하나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을 정도로 20대 초반 철저히 무명의 설움을 곱씹었다.
부모가 모두 교사인 집안 가풍대로 그는 졸업 후 교사가 되기로 작정했지만 달리기에 대한 꿈을 끝내 접을 수는 없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다부진 결심을 하고 찾아간 것이 지금의 ‘사부’인 고이데 요시오감독. 그러나 다카하시가 고이데감독의 문하에 정식으로 입문하는데는 그로부터 또 다시 1년간의 ‘삼고초려’가 필요했다. 고이데감독의 소속팀이었던 리쿠르트에서 정식사원도 아닌 계약사원으로 1년을 지낸 다카하시가 마침내 일본 최고 명장의 눈에 띄게 된 것은 95년 미국 전지 훈련때.
당시 그의 달리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고이데감독은 다카하시가 중장거리보다는 마라톤에 재질이 있음을 한눈에 간파했다.
3주간의 자세 교정 후 다카하시의 기록은 무려 2분이나 앞당겨졌고 이때부터 마라토너 다카하시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2년 후인 97년 오사카국제마라톤. 마침내 데뷔전을 치른 다카하시는 7위로 골인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이듬해부터는 나고야국제마라톤과 방콕아시아경기, 99년 나고야국제마라톤을 휩쓸며 초단기간에 일본 최고의 여성 마라토너로 우뚝 섰다.
특히 다카하시는 섭씨 32도, 습도 90%의 폭염 속에 치러졌던 방콕아시아경기에서 당시 여
자부 역대 5위이자 아시아최고기록인 2시간21분47초의 경이적인 기록으로 우승, 올림픽 제패 가능성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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