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에서 면접 구술고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과거 형식적이었던 면접이 수학 능력을 측정하는 ‘심층 면접’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면접은 당락을 결정짓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고려대와 연세대의 수시모집 면접 방침을 단독 입수해 게재한다. 이 방침은 다른 대학에 지원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도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고려대학교▼
26일 치러지는 고려대 수시모집 면접에서 수험생은 이미 학교에 제출한 고교장추천서, 수상경력, 자기소개서, 수학계획서 등을 다시 꼼꼼히 읽어보는게 좋다. 면접할 교수들이 미리 이들 서류를 읽고 이와 관련된 질문을 던질 것이기 때문이다.
고려대의 면접 평가 항목은 △가치관 △교양 상식 △언어 이해력 △표현력 △행동 실천력 등 5가지다.
즉 수험생이 사회에 대해 건전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으며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을 정도의 교양과 상식을 갖췄는지, 질문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적절히 표현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지녔는지를 평가한다.
고려대는 연세대와 달리 이날 학생들의 기초 학력을 평가하는 지필고사를 치르지만 면접에서도 지망하는 모집단위의 전공과 관련된 지식이나 상식을 평가한다.
수험생은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험생이 멋진 대답을 하기 위해 자신도 잘 모르는 표현 등을 써가며 근거가 박약한 주장을 펴면 여지없이 감점당하게 마련이다. 자신의 수준에 걸맞는 성실한 대답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
고려대는 면접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기출 문제를 종합 분석하고 항목별로 20∼30개의 예시 문항을 준비했다. 교수들이 이 가운데 임의로 문항을 선택해 수험생에게 질문을 던진다.
면접 점수는 A, B, C, D, E, F 등 6등급으로 평가되며 등급별로 학생 비율을 일정하게 배분한다. 면접조에 따른 형평성 시비가 일지 않도록 특정 조의 성적이 A, B, C 등급에 몰리면 수험생의 성적이 조에서 몇 %에 해당하는지를 고려해 성적을 표준화한다.
고려대는 면접 비중을 지난해보다 늘렸다. 종전에는 수험생에게 1∼2분 가량 형식적인 질문을 하는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면접 시간이 10분 이상으로 늘어났다.
면접조는 교수 2명으로 구성되며 조별로 25∼30명의 학생을 5시간 이상 면접할 예정이다.
김성인(金成仁)입학관리실장은 “수험생이 반짝 튀는 즉흥적인 아이디어를 지녔는지 보다 대학에 입학한 뒤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자질을 지녔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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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연세대 수시모집 수험생들은 다음달 5일부터 치러지는 면접에 앞서 이미 제출한 자기소개서와 학교장추천서를 꼼꼼이 읽는 것이 좋겠다.
연세대는 수험생이 제출한 자기소개서와 학교장추천서를 심사한 교수가 그 수험생의 면접까지 맡는다. 교수들은 자기소개서와 학교장추천서의 바탕으로 질문을 던진다. 만일 다른 사람이 자기소개서를 썼거나 학교장추천서에 형식적인 미사여구만을 나열했다는 판단이 들면 수험생은 감점당한다.
연세대의 면접 평가항목은 사회성 개인성향 전문성 등 3가지다.
사회성 항목에서는 수험생이 속한 조직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수험생이 자원봉사 등 사회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으며 리더쉽을 갖췄는지를 평가한다.
개인성향 항목에서는 수험생의 능력 교양 소양 성실성 태도 등을 평가한다.
전문성 항목에선 수험생이 지망한 학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애정 등을 지녔는지를 평가한다.
이 세가지 항목을 종합하면 수험생은 다음 같은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미래상은 무엇인가.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이를 위해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할 것이며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사회에 대해 자신의 생각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수험생, 학과를 선택한 동기에 대해 ‘부모님이 시켜서…’라며 자신의 열정이나 의지를 밝히지 못하는 수험생, 한국 문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한 뒤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는가’라는 질문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읽었다”는 식으로 대답하는 수험생은 감점을 당하기 쉽다.
연세대는 면접 문항 개발위원회를 구성해 표준 문항을 개발하고 면접을 담당할 교수들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도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위원회가 개발한 문항은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이며 교수에 따라 돌발적인 질문을 할 수 있다.
면접 시간은 수험생 1인당 15분으로 지난해보다 5분 줄었다. 교수 3명이 수험생 1명에게 7문항 안팎의 질문을 던진다. 교수 3명의 평균 점수가 수험생의 면접 점수다.
김하수(金河秀)입학관리처장은 “수험생의 용모 태도 출신교 등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겠다”면서 “얄팍한 요령이나 재치 등으로 판가름나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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