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연방 대통령이 ‘사면초가(四面楚歌)’를 맞이하고 있다. 밖으로는 서방국들이 한 목소리로 그의 선거부정을 공격하는데다 안으로는 격심한 내분을 겪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은 25일 개표가 중단된 상태에서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패배가 임박했음을 예고하고 선거결과 조작을 막기 위해 다각도로 압박했다.
EU는 성명을 통해 “대선 투표를 조작한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이미 정통성을 상실했다”며 “그가 승리를 선언할 경우 부정행위로 간주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미국도 25일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가 광범위한 부정 투표와 유권자에 대한 위협 등으로 얼룩졌다”고 정면 비난했다.
밀로셰비치 대통령에게 가장 큰 부담을 안겨주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발칸 반도 상륙 가능성.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25일 미군이 크로아티아군과 함께 유고연방의 접경지점인 아드리아해에서 상륙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집권 사회당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사회당은 25일 현재 개표 결과에 관해 공식논평을 일절 하지 않고 있으며 익명의 한 당직자는 “당 고위층이 밤새 대책을 숙의했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모미르 불라토비치 총리의 사의 표명설도 밀로셰비치 진영에 타격을 주고 있다. 집권사회당의 동반자인 몬테네그로 사회인민당 소속인 불라토비치 총리가 밀로셰비치 대통령 본인의 부정선거 지시를 폭로하고 사의를 밝힌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권력 기반을 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독립적인 유고 통신사인 BETA는 밀로셰비치의 고향인 포자레바치의 여러 투표소에서도 보이슬라브 코스투니차 후보가 우위를 보였다고 전했다.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이제 갈 곳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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