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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빛과 그늘]"도시문명의 뿌리를 맛보고 싶다"

입력 | 2000-09-26 18:39:00


“그 광인들이 모자를 위로 던져 올리며 쏜살같은 엔진과 격렬한 물결에 맞춰 얼마나 함성을 질러댔는지!”

찰스 디킨스는 증기선 뉴욕호를 타고 블랙웰즈 섬에 있는 정신병원을 지나 뉴욕에 도착하며 이렇게 말했다.

물론 뉴욕에는 어쩌다가 그냥 뉴욕에서 살게 된 사람들도 있다. 뉴욕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러 왔다가 그냥 눌러 앉은 사람들도 있고, 애인을 쫓아 뉴욕에 온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다른 도시로 이사하는 사람들보다 특히 뉴욕으로 이사하는 사람들 중에 자신의 선택을 특별하고 매혹적이며 오싹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갈망'을 쏟아내는 곳▼

뉴욕으로 이사를 하려면 갈망이 필요하다. 자신의 재치와 용기를 시험해보고 싶다는 갈망, 예술을 하거나 돈을 벌고 싶다는 갈망,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갈망, 사람들 속에 파묻혀 익명의 존재로 살고 싶다는 갈망 등이 필요한 것이다. 51년 전에 E B 화이트는 “다른 곳에서 태어나 뭔가를 찾아 뉴욕으로 온” 사람들이 ‘최고의’ 뉴욕을 만든다고 썼다. 이런 사람들은 “첫 사랑과 같은 강렬한 흥분으로 뉴욕을 감싸안는다”는 것이다.

뉴욕의 비싼 생활비와 항상 긴장을 해야 하는 주위환경, 시끄러운 소음 등을 생각하면 뉴욕으로 이사를 하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약간은 비이성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이성이 지나칠 정도로 강조되고 있는 이 시대에도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결정을 내린다. 이 도시의 인력은 오랫동안 그 힘을 더해왔고, 이는 별도의 장르를 구성할 만큼 광범위하고 친숙한 여러 작품들 속에 투영돼 왔다. ‘호밀 밭의 파수꾼’ ‘코러스 라인’ ‘뉴욕, 뉴욕’ ‘월스트리트’ ‘뉴욕의 노예들’ 같은 작품들을 모두 뉴욕에 처음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뉴욕의 신화는 세대가 거듭되고 새로운 인물들이 나타날 때마다 새롭게 되풀이돼 왔다. 잭슨 폴락과 비트 세대가 존 리드와 공산주의자들의 자리를 이어받았고, ‘사인펠트’가 ‘애니 홀’의 자리를 이어받았으며, 제프 쿤즈가 앤디 워홀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그러나 그 신화 속에서 뉴욕의 역할은 언제나 똑같았다. 심지어 디킨스가 1842년에 묘사했던 뉴욕의 모습조차 신비스러울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그는 이 도시가 정신이 없고, 혼란스러우며 패션을 선도하고 언론매체에 미쳐있다고 썼다.

물론 현실 속의 도시 뉴욕은 최근에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25년 전 이 도시는 파산지경에 처해 있었고, 보도는 미친 듯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으며, 매매춘이 황금기를 맞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뉴욕은 토론토나 샌디에이고라고 해도 믿을 만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살인사건이 3분의 1로 줄어들었고, 수천 개나 되는 정보화 시대의 일자리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초봉이 두 배로 늘어난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 임대료가 네 배로 뛰었다. 경영학 석사나 법대 출신이 아닌 사람들의 경우 초봉만 가지고는 맨해턴의 쾌적한 동네에서 침실 하나 짜리의 쓸만한 아파트를 구할 수가 없다.

▼넘쳐나는 이방인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계속해서 뉴욕으로 몰려드는 것일까? 더구나 이제는 소도시들과 녹음이 우거진 교외의 주택가들도 뉴욕의 거리와 소호를 흉내내는 경우가 많은데도 말이다. 나는 지난 20년 동안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간 카지노와 스트립 클럽들이 오히려 라스베이거스의 폭발적인 성장에 기여했던 것과 같은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뉴욕으로 계속 몰려든다고 생각한다. 즉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 고향에서 옛날 식의 도시문명을 맛보고 나서 그 모든 것의 근원인 진짜의 모습을 보기를 갈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뉴욕은 결코 새로운 유입자들을 환영하는 분위기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 그것이 지나치게 친절한 도시보다 오히려 더 편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 뉴욕에서는 빠져나가는 사람들과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물결이 언제나 끊이지 않고 이어지기 때문에, 뉴욕에 새로 온 사람들은 다른 도시에 처음 갔을 때처럼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뉴욕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그것이 또 더 많은 사람들을 뉴욕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뉴욕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식당에서 다른 도시 사람들보다 더 자주 식사를 하고, 그렇게 외식을 할 때마다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훔쳐 들으며 그들을 빤히 바라볼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린다. 만약 다른 도시에서 이렇게 행동한다면, 상대방이 경찰을 부를지도 모른다. 그래서 뉴욕에 새로 온 사람들은 금방 신참의 티를 벗어버린다.

올해 24세인 내 조카도 이런 뉴욕의 매력에 홀려 훌륭한 직장과 많은 친구들이 있는 미네아폴리스를 떠나 뉴욕으로 왔다. 일전에 그녀는 남미인들이 달콤한 칵테일을 마시며 메렝게 춤을 추는 술집을 집 근처에서 발견했다며 “메렝게 음악은 그냥 메렝게 음악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 종류가 수백 개나 되더라”고 흥분한 목소리로 내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술집에서 페페라는 이름의 43세된 페루 남자를 만났는데 그가 맨해튼에 같이 춤을 추러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그 남자와 정말로 춤을 추러 갈 것 같지는 않지만 그녀는 그런 제의를 받았다는 것, 그리고 바로 이곳 뉴욕에 있다는 것에 대해 최고로 기뻐하고 있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917mag―anderse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