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는 했지만 뛰어난 실력으로 금메달을 따 정말 기쁩니다.”
26일 오후 시드니 올림픽 남자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안겨준 심권호 선수의 집인 경기 성남시 수정구 수진동 ‘수진슈퍼’는 온통 잔칫집 분위기였다.
어머니 이화순씨(51)와 아버지 심귀남씨(60), 심선수의 사촌과 이웃주민 등 100여명은 심선수의 금메달이 확정되자 일제히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환호성을 질렀으며 서로 감격의 포옹을 했다.
아버지 심씨는 “올림픽 2체급을 석권한 권호가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결승전에서 상대방을 시원스럽게 이기는 모습은 정말 장하다”고 기뻐했다.
심씨는 또 “금메달을 땄던 48㎏급이 없어져 54㎏급으로 체급을 올린 뒤 한동안 경기마다 져 좌절해 있을 때가 가장 안타까웠다”며 눈시울을 훔쳤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어머니 이씨도 “특히 후배 하태연을 제치고 출전하게 됐을 때는 권호가 심적으로 많은 괴로움을 겪었다”며 “이제 당당히 금메달을 차지했으니 후배에게도 면목이 섰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날 오전 5시부터 2시간 동안 평소 다니던 성남 복정동 범룡사를 찾아 불공을 드렸다. 서울 남대문시장 보일러공으로 일하는 심씨는 그동안 미뤄뒀던 여름휴가를 내 경기를 지켜봤다.
심선수의 집은 아버지와 어머니, 2남 1녀 중 장남인 심선수, 군복무 중 동티모르에 파병된 막내 동생 장현(23), 여동생 은순씨(25) 등 5명으로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다.
한편 심선수의 모교인 성남제2초등학교 풍물패 어린이 10여명도 이날 심선수의 집으로 찾아와 사물놀이 등을 하며 흥을 돋웠다. 소속사인 대한주택공사는 금메달을 획득한 심선수를 최연소 부장으로 승진시키는 한편 팀 코치에 임명하는 등 파격적인 대우를 검토하고 있다. 성남시는 심선수가 돌아오는 대로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펼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