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차에서 난 사고가 아니더라도 경우에 따라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 주정차 상태이더라도 ‘차량운행 중’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
지난해 2월 김모씨(22)는 남자친구가 운전하는 차로 군산에 놀러갔다. 차를 강변 임시주차장에 세우고 쉬던 중 남자친구가 변속기를 잘못 건드려 차가 10여m 움직여 물에 빠졌다.
이 사고로 김씨가 익사했고 김씨의 아버지는 삼성화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삼성화재는 “정차중 사고는 승용차의 운행으로 생긴 사고가 아니므로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주지법은 1일 “차가 반드시 주행상태가 아니더라도 주행 전후단계로서 주정차 중 문을 여닫거나 부수적인 장치를 사용하는 것도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운행으로 볼 수 있다”며 보험청구액의 70%인 1억1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도 최근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
A씨는 차를 경사진 길가에 주차시키고 내리다가 갑자기 차가 미끄러져 후진하면서 문이 담벼락에 부딪쳐 부러지는 바람에 차문과 차체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A씨는 B생명보험사에서 ‘무배당상해보험 차량탑승중 사망특약’에 가입해 있었다.
B사는 “A씨가 차에서 내려 두 발을 땅에 디딘 상태에서 당한 사고이므로 차량탑승 중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1일 “운행한다는 것은 사람이나 물건의 운송여부에 관계없이 자동차를 그 용도대로 사용 또는 관리하는 것”이고 “차를 타기 시작한 시점부터 완전히 차에서 떠난 때까지의 전과정을 뜻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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