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냐는 슬프지 않아요. ‘해피 걸’, 행복한 여자예요.”
29일 막이 오르는 극단 ‘에이콤’의 뮤지컬 ‘페임(Fame)’.
아이린 카라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로도 유명한 ‘페임’의 카르멘과 이 역을 맡은 소냐(20).
연출자 윤호진은 “둘이 닮았다”고 말한다.
“소냐의 인생은 접어두고라도, 폭발할 듯한 가창력과 무대에서 본능적으로 타오르는 ‘끼’가 바로 카르멘이다. 다른 배우들도 떠올렸지만 소냐말고 마땅한 카르멘은 없었다.”
스무살,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그는 소니아→손희→소냐로 이름이 바뀌었다. 혼혈 출신으로 한국에서 살기 위해, 가수로 성장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혼혈이라지만 까무잡잡한 피부가 선탠을 잘 한 것처럼 보인다. 추석 때 어머니같은 외할머니가 사는 경북 김천행 버스를 타자 경상도 사투리가 저절로 튀어나왔단다.
소냐는 “외국에 나가면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오리지널 토종’”이라며 “지난해 가수로 데뷔한 뒤 내 인생의 작은 그림자가 너무 크게 그려져 불편했다”고 말했다.
‘Fame, I’m Gonna Make It To Heaven∼’. 귀에 낯익은 가사로 알려진 이 작품은 뉴욕 맨해튼의 라 구아디아 예술학교 학생들의 꿈과 사랑을 담고 있다. 열정적이고 음악적인 재능이 빛나는 카르멘은 소냐 외에도 이은선이 더블 캐스팅됐다. 방정식 임춘길이 타이론으로, 임진웅 김준태가 슈로모로 출연한다.
‘명성황후’의 박칼린이 음악을 맡아 힙합, 리듬 앤 블루스에서 발라드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다. 지난해 공연에 비해 웅장하고 세련된 코라스 라인과 안무도 기대를 모은다.
소냐는 “지난해 데뷔 무대에서는 얼떨떨했다”며 “뮤지컬이 아니라 노래만 하고 내려온 느낌이었는 데 이번 무대에서는 노래는 물론 춤 연기도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꾹 참고, 또 참고 살라”는 외할머니의 입버릇이야말로 스무살 인생을 위한 ‘보이지 않는 큐사인’일지도 모른다.
외국인 관객을 위한 영어 자막도 있다. 10월15일까지 평일 8시, 주말 3시반 7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2만∼5만원. 1588―7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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