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의 화약고인 유고의 정국이 격랑 속으로 급속히 빠져들고 있다.
유고연방 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2차 결선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26일 발표했다. 그러나 야당연합 세르비아민주야당(DOS)의 보이슬라브 코스투니차 후보는 이를 거부하고 27일 수도 베오그라드 등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양측은 정면충돌 위기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연방 선관위는 선거 뒤 이틀만인 이날 정규 저녁뉴스 시간에 “개표결과 코스투니차 후보가 48.2%, 밀로셰비치 후보가 40.2%를 얻었다”면서 “그러나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10월8일 결선투표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선관위 집계결과 유권자 780만명 중 64.1%가 투표했으며 코스투니차 후보가 242만8000표, 밀로셰비치 후보가 202만6000표를 각각 얻었다.
선관위 발표 뒤 코스투니차 후보는 “이번 발표는 밀로셰비치와 선관위가 투표결과를 훔쳐간 정치 사기”라며 “우리는 명백히 승리했으며 결선투표는 투표참가 시민들을 모욕하는 것으로 거부한다”고 말했다. 코스투니차 후보는 이어 “사회긴장을 고조시키는 무분별한 조치는 피하면서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승리를 지켜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지도자 조란 진지치는 “정부가 코스투니차로부터 40만표를 줄이고 밀로셰비치에게 20만표를 보탰다”고 말했다. 앞서 야당은 97.5% 개표 상황에서 코스투니차 후보가 54.66%로 35%를 얻은 밀로셰비치 후보를 누르고 과반수를 획득, 당선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26일 조지타운대의 외교정책 연설에서 “코스투니차 후보의 승리가 분명하다”며 밀로셰비치 후보가 선거결과를 받아들이도록 국제적인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르비아 정교회의 파블레 총대주교도 이날 코스투니차 후보를 만난 뒤 여당 측에 “투표에서 나타난 국민의 의지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윤양섭기자·외신종합연합〉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