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1의 필름제조업체인 이스트만 코닥사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3·4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회사의 발표로 하루만에 주가가 25%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기록은 87년 10월 블랙 먼데이 당시의 30% 폭락 이후 최대를 기록한 것.
또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 발표 이후 하락세를 보인 것은 지난주 인텔의 급락과 아주 유사하다. 인텔이 급락 이후 바로 시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다.
이스트만 코닥사의 실적이 악화된 이유는 지금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들이 처한 위험, 즉 유로화 평가절하에 따른 유럽지역 매출액의 달러환산 금액 하락과 원유가 급등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가져온 원가부담이다.
그러나 이스트만 코닥사의 경우에는 한가지 특별한 비용이 포함돼 있다. 바로 디지털에 대한 과도한 투자비용이다. 필름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코닥사는 향후 전통적인 필름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 기술이 곧 도래할 것으로 예상, 지난 10년간 디지털 기술 개발에 무려 50억달러를 쏟아부었으나 너무 이른 투자 결정으로 아직도 그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만 디지털 사업부에서 9500만달러의 적자가 발생했고 향후 2년간 그 적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코닥사의 실적 악화 전망 발표와 함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발빠르게 투자등급을 하향조정했고 이러한 움직임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최근 미국증시는 인텔사와 이스트만 코닥사의 경우에서처럼 기술주와 전통제조업체를 가리지 않고 기업실적 악화가 이슈가 되면서 맥을 못추는 양상이다.
그렇지만 이들 기업의 실적 악화를 초래한 원유가와 유로화가 안정세를 보이고, 주식시장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는 금리가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는 점에서 반등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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