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때로는 무모함과 당돌함이 필요하다. 치과의사가 되어서 살 만하기 시작하니 공부가 더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당연히 아내는 별로 달가워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라볼파이아’는 가구 디자인을 공부하러 미국 뉴욕으로 유학갔던 우리나라 여성이, 무모하고도 당돌하게 요리를 배워 차린 집이다.
음식문화의 다양함에 충격을 받은 그는 진로를 바꿔 요리를 공부하겠다고 일본 도쿄로 갔다. 그러다 양념의 맛이 아니라 단순하고, 재료 그대로의 맛에 충실한 한 이탈리아 음식점에 빠졌고, 주인을 만나게 해 달라고 사정하기를 수십 번한 끝에 청소부터 시작해 2년간 갖은 고생을 하며 이탈리아식 파스타와 피자 요리를 배웠다.‘라볼파이아’라는 이름은 그의 요리 선생님이 태어나서 자란 이탈리아 피렌체의 동네 이름으로 여우가 다니는 언덕이라는 뜻. 우리가 길들여져 있는 이탈리아 음식들은 미국식 이탈리아 음식이어서 치즈와 기름기가 듬뿍 들어가 있지만
원래 이탈리아 음식은 양념을 많이 쓰지 않고 재료 그 자체에 충실하다. ‘라볼파이아’는 야채만 빼고 모든 재료를 이탈리아산으로 쓴다.
전채로는 마늘을 갈아서 볶다가 양송이버섯을 넣고 소금과 후추로만 간해서 올리브오일과 파슬리를 뿌려 내는 작은 버섯요리(7000원)를 추천한다. 파스타는 페티치니 국수를 삶아서 토마토소스와 마스카폰네치즈를 넣고 볶아 파마산치즈와 바질잎을 얹어 내는 뗄리아 뗄레(1만2000원)가 맛있다. 볼파이아 피자(1만5000원)는 반죽을 얇게 하여 모차렐라치즈를 발라서 구워낸내고 그 위에 생토마토와 루콜라 잎사귀를 푸짐하게 얹어 나온다.
점심은 낮12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저녁은 오후 5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02―543―1770
김재찬(치과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