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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각 종족의 신화에서 공통분모 찾는 즐거움

입력 | 2000-09-29 18:41:00


“신화는 모듬살이(종족)가 꾸는 꿈이다. 어느 나라의 신화가 되었든, 그 나라의 신화에는 그 나라 사람들의 원망(願望)이 고스란히 투사돼 있다.” 번역가 겸 소설가인 이윤기의 말.

‘신화의 세계’는 한국 중국 일본으로부터 그리스, 이란, 아메리카 인디언에 이르는 전세계 종족의 신화를 좆아 인간 의식의 원형을 추적한다. ‘건국과 시조의 이야기’ ‘운명과 비극의 이야기’ 등 주제별로 각 문화권이 가진 공통분모를 꼽아보는 것은 굳이 l구조주의의 신봉자에게가 아니더라도 만만치 않은 즐거움을 준다.

성서는 태초에 흙으로 인간을 빚었다고 말한다. 다른 종족의 설화 에서도 흙으로 빚은 첫 인간의 이야기는 자주 발견된다. 저자는 “인류의 기원에 관한 신화가 대부분 토기를 제작 사용하던 시기에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수메르 신화에서는 죄 지은 신의 피에 흙을 섞어 최초의 인간을 만든다. 신의 피로 만들었기 때문에 혼을 가지고 있으나 신은 아니기 때문에 유한한 존재, 그것이 인간이다.

금기를 깨고 뒤를 돌아본 탓에 아내를 영원히 잃게 된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일본 신화에서 ‘이나자기노미코토’ 역시 오르페우스처럼 황천을 찾아간다. 그도 오르페우스처럼 ‘보지 말라’는 금기를 깬 탓에 이별의 비극을 겪게 된다.

미물에서 사람으로 모습을 바꾸거나 하늘에서 내려온 아내, 그의 변신 현장을 엿보다가 남편이 목숨을 잃거나 아내가 원형으로 되돌아간다는 이야기는 우리 민간전설에서도 줄곧 반복되며 변주되는 데마다. ‘금실(禁室)’의 파기는 유독 생사 및 명계(冥界)와 관련된다는 점을 주목할 만 하다. 494쪽 1만5000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