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CEO가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이 결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CEO를 위한 책이 별로 없다는 사실은 묘한 아이러니이다. 이런 면에서 본서는 현재 CEO이거나 혹은 CEO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접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CEO가 빠지기 쉬운 5가지 유혹을 우화라는 형식을 빌어 지루하지 않게 소개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부담 없이 서술되었지만 저자가 강조한 5가지 유혹은 우리나라 실정을 감안할 때 CEO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실적보다 지위를 선택하는 첫 번째 유혹부터 살펴보자. 사실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CEO가 부여 받은 가장 큰 사명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 보전과 지위에 연연하는 CEO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IMF 사태 이후 최근까지도 금융권, 공기업, 재벌 기업 등 일부 CEO들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것도 바로 이 첫 번째 유혹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지적하는 두 번째 유혹은 결과를 규명하는 것보다 인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모든 조직은 운영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게 마련인데 CEO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고 미봉책에 집착할 때 두 번째 유혹에 빠지게 된다. 저자는 CEO들에게 동료 임원들로부터 호감을 얻을 목적이 아니라 그들로부터 장기적으로 존경을 받을 목적으로 일하라고 충고한다. 또한 문제가 생겼을 때 담당자를 해고하거나 교체하는 것으로 정작 CEO 자신은 문제를 피해가기 쉬운데, 자신이 문제와 직접 부딪히지 않는 이상 결코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경영 혁신이나 부실 기업 회생이 실패하는 이유도 책임 경영자들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땜질식 미봉책이나 선심성 대책만 남발하는 두 번째 유혹에 빠졌기 때문이다.
명쾌함보다 확실함을 선택하는 세 번째 유혹도 경영자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오류이다. 자신이 지적으로 빈틈이 없다고 자만하는 경영자, 회의 중에 큰 그림보다 세부 사항에 집착하는 경영자들은 세 번째 유혹에 빠진 경영자들이다. 과감한 혁신과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최근의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세 번째 유혹에 빠진 CEO는 기업 변신의 시기를 놓치거나 혁신적인 전략 대신 부분적인 개선안을 마련하는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끝으로 합의와 조화가 중요하다는 명목하에 생산적 갈등이나 비판적인 시각을 무시하는 네 번째 유혹이나 직원에 대한 신뢰보다 일체의 반론을 불허하는 다섯 번째 유혹도 CEO들에겐 치명적이다. 합의(consensus)의 진정한 의미는 다양한 시각과 대안을 충분히 검토한 후 최적 대안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조성하는 과정이지 토론이나 생산적 갈등 자체를 부정하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네 번째나 다섯 번째 유혹에 빠진 기업은 창의성을 잃어버리고 종업원들은 경직된다. 경제 위기설 속에 5가지 유혹을 극복한 뛰어난 CEO의 등장을 기대한다.
▼'CEO가 빠지기 쉬운 5가지 유혹'/ 패트릭 렌시오니 지음/ 위즈덤하우스▼
이동현(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