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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봅시다]러시아 스포츠 저무는가

입력 | 2000-09-29 18:56:00


2000시드니올림픽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포츠강국’ 러시아의 쇠락이다.

미국과 함께 올림픽 무대 ‘양강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해오던 러시아는 이번 대회에서 중국에 밀려 3위로 떨어질 위기를 맞았다.

레슬링에서 ‘불패신화’를 이어오던 알렉산더 카렐린의 패배는 러시아 위상 추락의 가장 상징적인 예.

러시아 언론은 카렐린의 패배를 일제히 대서특필하면서 러시아의 스포츠가 빠진 위기 진단에 나서는 등 심각한 반응을 보였다.

일간 코메르산트는 “러시아 스포츠의 상징이자 불패 신화의 주인공 카렐린이 졌다”는 제목으로 1면 머리 기사를 싣고 “러시아는 가장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고 통탄했다.

‘러시아의 자랑거리이던 뛰어난 기초과학과 우주항공기술, 예술 등이 2류로 전락한데 이어 마지막 자존심인 스포츠에서 마저 그저 그런 나라로 밀려나는게 아닌가’ 하는 위기 의식을 러시아 언론들은 지적했다.

어느 대회든 나가기만 하면 승전보를 전해 주던 1인자들의 잇단 퇴조는 이런 불안감을 더욱 부채질했다.

카렐린의 패배에 앞서 알렉산더 포포프가 자유형 50m와 100m에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데다 역도 무제한급 최강자 안드레이 체메르킨 역시 기대와 달리 이란 선수에 무릎을 꿇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여자 체조가 단체전 금메달을 루마니아에게 내준 것도 큰 충격이었다.

거인 러시아는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쇠락에 이어 스포츠에서도 몰락할지, 아니면 과거의 저력을 되살려 재기할지 여부가 2004년 아테네올림픽의 화두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