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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스타]베트남의 국민영웅 태권도 은메달 트란

입력 | 2000-09-29 19:00:00


베트남에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안겨준 ‘태권 처녀’ 트란 히에우 응안(26).

트란은 29일 열린 태권도 57㎏급 결승에서 한국의 정재은에게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80년 모스크바에서 올림픽에 데뷔한 베트남의 국기가 시상식에 걸린 것은 이날이 처음.

경기가 끝난 뒤 베트남 국기를 두르고 매트를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환호한 트란은 “7500만 베트남 사람과 조국에 이 영광을 바치겠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가난한 나라 살림의 베트남에서 올림픽 생중계는 꿈도 꾸기 어려운 실정. 은메달 소식을 뒤늦게 언론을 통해 접한 그의 가족과 약혼자는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베트남의 호치민에서 북동쪽으로 350㎞ 떨어진 티화에서 8남매 가운데 넷째로 태어난 트란은 14세때 처음 태권도를 시작, 94년 국내 챔피언에 올랐으며 98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올 봄에는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와 올림픽 금메달을 겨뤘던 정재은의 모교인 한국체대에서 3개월 간 선진기술을 배웠다. 트란이 속해 있는 베트남 태권도대표팀 감독도 경남태권도협회 전무 김선규씨(54). 68년 베트남전에 참전해 태권도 교관으로 일했던 김감독은 그때 인연으로 92년부터 ‘태권도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베트남의 국민영웅으로 떠오른 그녀에게는 명예와 함께 부도 따를 전망. 후원업체가 2만달러의 포상금을 지급을 약속했으며 올림픽대표팀으로부터 2000달러의 격려금도 받는 것. 트란은 보너스의 일부를 베트남의 스포츠 꿈나무를 위해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