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금메달엔 너무나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지난달 30일 태권도 남자 헤비급(80㎏이상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경훈(25·에스원). 호주의 대니얼 트렌튼를 6-2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 그의 얼굴엔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동안 겪어왔던 역경과 불운을 떨쳐냈다는 개인적인 성취감. 자신을 도와준 주위 사람들에 대한 보답. 나아가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것 등이 그를 눈물흘리게 만들었다.
초등학교 3년때 아버지 김덕만씨의 권유로 태권도에 입문한 김경훈은 고교 2년때 아버지가 지하철 공사장에서 발을 헛디뎌 목숨을 잃으면서 굴곡진 삶을 살았다. 어머니 누나와 단칸방에서 힘들게 생활했다. 사춘기시절 쪼들린 가정환경 때문에 가출을 하는 등 방황의 세월을 겪었다.
하지만 그의 곁엔 태권도가 있었다. 발차기 하나하나에 그의 설움을 날리며 꿈을 키웠다. 그리고 웰터급으로 96아시아선수권 1위, 97월드컵 1위, 97세계선수권 3위등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떨치며 한국 태권도의 간판으로 서서히 부상했다.
그러나 운도 따르지 않았다. 헤비급으로 체급을 올려 올림픽에 도전했으나 팀선배 김제경이란 ‘거목’에 가려 탈락했던 것. 실망이 컸지만 김제경의 연습파트너로서나마 금메달 획득에 일조하던중 기회가 찾아왔다.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한 김제경이 8월초 출전을 포기했고 최종 선발전에서 시드니 티켓을 획득하게 됐다.
그에게 올림픽출전권을 내준 김제경은 연습파트너는 물론 코치역할까지 하면서 세계 각국선수들의 장단점을 그에게 전수시켜줬다. 4강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파스칼 젠틸(프랑스)를 6-2로 제압했던 것도 김제경의 조언이 큰 힘이 됐던 것.선후배의 우정이 ‘태권도의 꽃’ 헤비급 금메달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금메달을 딴 뒤 김경훈은 “어머니에게 바친다”라고 첫 말문을 떼었지만 “그동안 도움을 준 제경이형에게 너무 감사한다” 는 말을 잊지 않았다. 월드스타 로 떠오른 김경훈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도 맡겨 달라 라며 ‘헤비급의 전설’ 김제경의 후계자임을 선언했다.
한편 한국은 김경훈의 금메달로 출전 4체급중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를 휩쓸어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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