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인 1 - 과다한 스트레스, 성 기능이 떨어진다 “갑자기 남편의 눈치가 이상하다 싶더니 힘이 빠지고 있었어요. ‘또야?’ 짜증을 내려는데 아차 싶었어요.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데 짜증을 내면 더욱 의기소침해질까봐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있었어요. 조금 있다가 남편이 옆으로 누웠어요. 그러다가 갑갑한지 밖으로 나갔어요. 은행원인 남편은 구조조정을 거치며 살아 남았지만, 퇴직 당한 동료들을 보며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또 앞으로 언제 구조조정을 당해 퇴직할지 모른다는 압박감에 늘 불안해했고요. 그러면서 성 기능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발기가 잘 안되고 발기가 돼도 행위 도중에 시들어버려 도중하차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었어요. 잘 안되니까, 저 보기에 민망한지 안 하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까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다 되어도 섹스할 엄두를 못 내게 되어 버린 것 같아요.” (김OO, 결혼 7년차 주부) 스트레스의 연속이 발기부전을 유발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스트레스 때문에 심신의 피로가 쌓이면 사람은 알게 모르게 보수적으로 되어 버린다. 사람의 행동은 쾌락추구본능과 고통회피본능이라는 두 가지 본능적 욕구의 밸런스 위에 성립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중에서 고통회피본능 쪽이 더 강하다. 따라서 스트레스에 의해 피로가 누적되면 섹스를 하려다가도 고통회피본능이 발동하고 ‘무리하면 몸이 망가져’란 신호를 보내 쾌락추구본능이 굴복을 하며 성욕의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게 된다. 이런 나날이 계속되면 자연히 발기도 불가능해지고 발기가 되었다 해도 지속도가 떨어지게 된다. 또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혈액 속에 안드로겐이라는 성욕의 원동력이 되는 호르몬의 분비량이 저하되어 성욕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발기력도 나빠져 섹스에서 멀어지게 된다. ◆ 원인 2 - 너무 바빠 섹스를 할 시간이 없다 “저는 잡지사에서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고 남편은 닷컴 회사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합니다. 일의 특성상 저는 마감을 앞둔 10일 정도는 야근을 한 후 12시를 넘겨 집에 돌아오고 남편 역시 추가 원고가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야근을 합니다. 야근 동안에는 너무 지쳐서 집에 오면 겨우 씻고 잠자기 바빠 섹스 시도는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마감이 끝나면 여유를 되찾지만 주말이 되면 아이(13개월)를 보러 시댁이 있는 이천에서 1박2일을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서울로 오면 생리기간이 돌아와 5일은 또 놓치고 지나가지요. 우리 부부는 섹스를 하려면 서로가 타임을 절묘하게 맞추어야 하는데 남편 역시 사이사이에 야근이나 모임이 있어서 한 달을 그냥 빈 공란으로 남기고 지나가기 일쑤입니다. 결혼 전에 속도 위반으로 임신하지 못했으면 아마 아이를 갖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제 나이 서른 살, 한창 나인데 이래도 되나, 가끔 불안스러울 때가 있긴 하지만, 당장은 시간이 너무 빠듯해요.” (강OO, 결혼 3년 차 주부)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섹스를 못한다는 부부가 늘고 있다. 특히 맞벌이를 하며 어린 자녀를 두고 있다면 10명에 7, 8명은 섹스리스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일이 많은 맞벌이 부부의 경우엔 밤에 차분히 마주 앉아 대화할 시간을 내기도 힘든 상태가 된다. 여기에 아이까지 있으면 과중한 육아 부담에 더욱 녹초가 된다. 낮에는 직장생활로 피곤한데다 집에 돌아와서는 집안일에, 아이 뒤치다꺼리에 경황이 없어 도저히 성욕이 생길 틈이 없다는 것이다. ◆ 원인 3 -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귀찮다 “뻔해요. 결혼생활 14년째로 이젠 남편의 행동 패턴을 외울 정도예요. 이 남자가 이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이다, 딱이면 딱이에요. 당연히 재미가 없죠. 기대감이나 스릴도 없고. 그래도 몇 년 전에는 의무 방어전만은 거르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이가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나마도 등한시하게 되었어요. 언제 섹스를 했는지 기억에도 가물가물해요. 영화나 비디오를 보고 성애 장면이 나오면 욕구는 생겨요. 하지만 남편을 대입시키면 그 장면이 별로일 것 같은 생각이 먼저 들어요. 권태기인가 봐요.”(하OO, 결혼 14년차 주부) “결혼생활 1년째의 신혼부부예요. 남들은 한창 좋을 때라고 하는데 저희 부부는 아니에요. 남편과는 3년 연애를 했는데 결혼 1년 전부터 관계를 가졌어요. 그때는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3번에 1번 꼴로 데이트 끝에 러브호텔을 찾았는데, 2번은 기본이었어요. 그런데 정작 결혼을 하고 나니까 횟수도 뜸해지고 섹스 자체에 흥미를 잃고 말았어요. 웬만한 체위, 테크닉은 이미 해본 터라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아요. 벌써 권태라니, 긴 세월을 어떻게 살까 우리도 의문이 들어요.”(박OO, 결혼 1년차 주부) 변화 없는 침실에서 동일한 상대와의 반복되는 섹스가 결혼 3~4년 동안 지속된다면 안정감은 있지만, 부부생활에 싫증이 뒤따르게 된다. 한데 요즘은 오래 결혼생활을 한 부부들의 권태기 못지 않게 신혼부부의 권태기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결혼 전에 이미 익숙하게 성 관계를 가져, 실제 결혼생활에 돌입했을 때는 신선한 즐거움을 갖지 못해 생기는 서로에 대한 권태감이다. ◆ 원인 4 - 일방적인 섹스에 불만족이 쌓인다 “남편은 전희란 걸 몰라요. 술 마시고 들어와 곯아떨어져 자다가, 목이 말라 물 마시려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욕구가 동해 막가파처럼 밀고 들어온다, 그런 식이죠. 혼자 사정을 하고 남편은 잠들어 버리고 저는 남겨져 잠만 설친 채 뜬눈으로 밤을 새우게 되죠. 그런 날이 되풀이되니 남편이 옆에 오면 무슨 핑계를 대서든지 달아날 궁리를 하게 되지요.” (윤OO, 결혼 7년차 주부) 우리 나라 남성의 대부분이 언터처블(Untouchable) 섹스를 하고 있다. 이는 전희 없는 섹스를 의미하는데 한 통계에 의하면 전희 없는 섹스에 의해 느끼는 성 만족도는 50% 미만으로 나타났다. 섹스는 삽입이 전부가 아니다. 키스나 포옹 등을 포함한 전희, 후희도 포함되어야 한다. 만일 삽입만으로 섹스가 이루어진다면 천천히 가열되는 여성의 성 메커니즘 특성상 여성은 만족을 얻기가 어려워진다. 부부관계가 언터처블 섹스로 이루어진다면 이 유형의 부부는 섹스에 대해 만족을 못 느끼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횟수마저 줄어들어 어느 시점부터는 아예 섹스를 안 하고 살게 된다. 즉 성에 대한 흥미를 아예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만일 결혼생활 도중에 새로운 상대, 이를테면 혼외정사를 통해 성의 희열을 맛보게 된다면 이 가정은 매우 위험한 지경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 원인 5 - 배우자의 외도, 시부모의 간섭 등 가정 내 문제가 있다 “2년 전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분통이 터져요. 당시 연일 늦게 들어오는 남편에게 볼멘 소리를 했더니 남편은 ‘내가 야간 근무를 하지 않으면 우리 공장은 멈춰버릴 거야. 내가 야간 근무를 하면서까지 물량을 조절하니까, 우리 회사가 이만큼 버티는 거라고!’라고 했어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저는 남편 건강이 축날까, 보약까지 지어 먹였지요. 그런데 알고보니 실상은 회사에서의 야간 근무 아닌 다른 여자와의 야간 근무로 바빴던 것이었어요. 아이들 때문에 이혼까지 가진 않았지만,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가슴 한복판에서 불덩이가 치밀어 올라와요. 그 일 이후 우리 부부는 섹스 없이 살고 있어요.” (마OO, 결혼 9년차) 섹스는 육체적인 행위이기도 하지만, 마음의 산물이다. 상대에 대해 정성을 다하려는 마음이 담겨 있을 때 만족이 따라오게 된다. 그런데 배우자의 외도나 도박, 음주, 구타 등의 잘못된 습관, 가치관의 차이 등으로 인해 마음속에 미움, 원망, 분노감, 거부감 등의 부정적인 생각들이 들끓고 있다면 자연 섹스에 방해가 되고 점차 섹스를 하기 싫어지게 되는 원인이 된다. 시집이나 친정 및 자녀와의 갈등 등도 섹스와 멀어지게 하는 원인에 포함이 된다. ◆ 원인 6 - 사이버 섹스나 성도착증 등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 “우리 부부는 결혼한지 2년 되었어요. 그런데 삽입 성교는 거의 손에 꼽아볼 정도예요. 남편은 무척 자상하고 항상 출근을 할 때는 저를 껴안고 뺨에 키스를 해요. 남편은 집에 일찍 돌아오는 편이고 저와 대화도 많이 나누는 편인데 그 좋은 분위기가 섹스로 이어지지 않아요. 처음엔 섹스가 없어도 남편과 마주하고 있는 자체만으로 좋았는데 차츰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남편에게 ‘왜 섹스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삽입하지 않고 그냥 안고 있어도 좋잖아’ 하는 거예요. 섹스의 묘미를 잘 모르는 탓인지, 남편이 삽입 성교를 해주지 않아도 크게 불만은 없지만, 뭔가 이상한 것 같아요.” (이OO, 결혼 2년차) 최근 전화방이나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젊은 층들 사이에서는 폰팅, 포르노 감상, 음란 채팅 등 실제가 아닌 가상의 공간에서 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런 경우 현실에서의 섹스에 만족을 찾기보다는 관음증으로 진행되거나 비정상적인 체위, 가학증이나 피학증 및 페티시즘같은 특정의 물건에 집착하는 성도착증이 될 가능성도 크다. 비정상적인 섹스에 탐닉하다보면 정상적인 섹스에서는 성기능장애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가정을 이루었다 해도 언제 무너질지 모를 모래성이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