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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포커스]일본행 '주판알' 튕기는 구대성

입력 | 2000-10-02 11:23:00


50억원을 싸들고 달려드는 구단도 생겼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군침을 흘린다. 하지만 그는 말이 없다.

시드니올림픽을 계기로 확실하게 국내 최고투수의 자리를 굳힌 구대성. 그의 빛나는 피칭은 외국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야구경기가 끝나자마자 외국의 스카우트들은 본격적인 구대성 모시기에 들어갔다. 일본의 한신과 요미우리, 주니치, 야구르트 등이 구대성을 잡기 위해 나섰다. 뉴욕양키스와 LA다저스도 구대성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제 구대성이 해외로 가는 것은 기정 사실처럼 보인다. 하지만 구대성은 말이 없다. 해외진출 자격인 7시즌도 채운만큼 “일본에 가고 싶다”고 한마디만 던지면 스카우트들이 본격적인 공세를 펼칠텐데 아직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왜일까?

구대성의 현실적인 계산 때문이다. 구대성은 선수들 가운데 머리 잘돌아가고, 영리하기로 소문이 난 선수. 요란하게 머리 속으로 주판알을 튕기는 중이다.

구대성의 계산은 이렇다. 일본에 진출할 경우 첫해 연봉을 7천만에서 8천만엔 가량 받을 수 있다. 우리돈으로 8억원이나 되는 거금이다.

하지만 이중 많은 부분을 세금으로 내야하고 당연히 생활비도 많이 들어간다. 8억원이 다 자기 돈이 아니라는 뜻이다. 말도 안통하는 다른 나라에 가서 살아야 하는 부담도 있다.

정민철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적응에 실패하면 2군에서 죽을 고생을 해야 된다. 한국에 남을 경우 구대성은 구단에 3년에 2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지만 최소 3년에 10억원은 받아야겠다는 게 구대성의 생각이다.

돈은 반으로 줄어들지만 일단 몸도 마음도 편하다. 선진야구를 배우겠다는 등의 유치한 생각은 아예 없다.

여기에 3년뒤면 구대성은 자유계약 선수가 된다. 그때 다시 한번 돈보따리를 만질 수 있다. 고생하며 위험부담을 안고 30억원을 버느니 맘편하게 10억원만 벌겠다는 구대성의 전략.

이 때문에 구대성은 섣불리 외국행을 선언하지 않고 한화 구단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돈만 적당히 맞춰주면 난 갈생각이 없는데 나를 잡아주슈”하고 말이다.

과연 구대성이 계획대로 한화에서 거액을 받을지, 아니면 엔화를 벌러 일본행을 선언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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