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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레슬링 심권호 금메달 '남북합작품'

입력 | 2000-10-02 11:50:00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4kg의 금메달은 남북한이 합작해서 만들어낸 성과였다. 한동안 금메달 행진을 멈추고 있던 한국팀에 반가운 금메달 소식을 전해준 것은 심권호라는 한명의 선수였다.

하지만 금메달을 따기까지의 과정은 무르익은 한반도의 평화분위기가 크게 작용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는 일.

당초 외신에서는 금메달 후보로 손꼽히지 못한 심권호는 내심 자존심이 상했지만 결승 상대인 쿠바의 리바스를 만나서는 자신감이 사그러들었다.

99년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한국의 하태연을 꺽고 우승을 차지했다는 사실도 겁먹게 했지만 결승에 오르는 순간까지 테크니컬 폴승으로 올라온 리바스를 꺾기가 쉽지 않다는 예상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리바스를 꺾기 위한 노력을 한 것은 한국만이 아니었다. 북한의 강영균 역시 99년세계선수권 8강에서 리바스에게 패한 전력이 있었다. 때문에 강영균을 비롯한 북한의 코치진은 타도 리바스를 위해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었던 것.

때마침 북한의 강영균은 4강전에서 심권호에게 패하고 리바스와의 결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 이때 심권호의 훈련장을 찾은 것은 대회직전에 훌륭한 정보를 제공한 북한 코치진이었다.

리바스를 꺾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북한 코치진은 결승에서 한국의 심권호와 쿠바의 리바스가 맞붙는다는 사실 때문에 심권호의 훈련장을 다시 찾은 것.

엔터스포츠의 회원님들도 보셨겠지만 결승전에서 힘이 좋은 리바스를 상대로 심권호가 빠떼루를 당할 때 리바스의 손목을 부여잡고 놓지 않던 것을 기억하시리라 믿는다.

이작전이 바로 남북한이 만들어낸 최후의 전술.

일반적으로 빠떼루를 당하게 되면 개구리뻗는 것처럼 매트위에 쫙 뻗는 것이 일반적인 전술이지만 심권호는 리바스에게 빠떼루를 당하면서 몸을 웅크린 채 그의 손을 부여잡는 특이한 자세가 바로 이것이었다.

남북한의 코치가 상대선수의 깨기 위한 대책을 공유한다는 것!

바로 1년전인 99세계선수권에서조차 볼 수 없었던 분위기다. 올들어 유독 달아오르고 있는 남북한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http://www.enter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