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홍석천의 커밍아웃으로 화제가 된 동성애. 과연 만화에서는 동성애가 어떻게 다뤄질까. 동성애는 대개 순정만화에서 등장하는데 대부분 가능한 사랑의 한 형태로서 두 사람 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동성애를 다룬 만화 가운데 눈에 띄는 작품은 라가와 마리모의 '뉴욕뉴욕', 김은희의 'M&M', 원수연의 'Let 다이' 등이다. 이들 작품은 모두 여성 작가의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뉴욕뉴욕'
'아기와 나'로 우리나라 독자에게도 유명한 라가와 마리모의 네권짜리 만화다. 게이바에서 만나 동거하게 된 경찰관 케인과 웨이터 멜. 사랑하는 사이지만 두 사람이 사랑을 보는 관점은 다르다. 케인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마음에 드는 사람과 성관계를 갖는 반면 멜은 자신의 애인에게만 충실하다.
이런 두 사람의 성향 탓에 갈등이 생기지만 그것을 사랑으로 극복해가는 과정이 작가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동성애에 대한 과장 없이 두 연인이 사랑하고 갈등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잔잔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만화는 두 사람의 양녀 케이트가 자신의 두 아버지가 얼마나 사랑하며 살았는지 그리고 그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를 담담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M&M'
북아프리카 중서부에 위치한 가상도시 모크샤에서 벌어지는 미국 CIA요원 마고 헤밍웨이(남)와 음악에 천부적 재능을 가진 아름다운 소년 마리아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작가 김은희씨가 "이 이야기는 사랑에 관한 한 가지 이야기이다. 무엇을 사랑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사랑하느냐의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라고 말했듯이 동성애 자체가 주제가 아닌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소재로 등장한다.
"삶을 바라보는 길은 수백만 가지가 있고 바보가 되는 방법도 그렇죠. 결국은 아무것도 옳지 않아요. 때론 우린 홀로이고 싶어요."
만화 속에서 마리아의 노래로 표현되는 록그룹 할로윈의 'I Want Out'의 가사는 이 작품의 중요한 메시지다. 모크샤의 정쟁 속에서 힘없는 자들에 대한 억압과 동성애자들에 대한 횡포가 맞물려 돌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굵은 선의 힘있는 터치와 과감한 연출로 마니아팬을 확보하고 있는 김은희의 매력을 느낄수 있는 이 작품은 심의 과정에서 일부 성애 장면이 잘리기도 했다. 마이클 잭슨의 '마리아' 등 전편에 걸쳐 나오는 올드 팝음악이 작품의 메시지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도 이 만화의 장점이다. 현재 6권까지 발행.
◇'Let 다이'
세련된 그림과 화사한 컬러 일러스트로 많은 팬을 확보한 원수연의 작품이다. 모범생 유제희가 폭력서클 리더 다이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갈등을 그린다. 우정에서 사랑으로 그 감정이 변해갈 즈음 제희는 여자 친구 윤은이 다이의 방관으로 강간당한 것을 알고는 다이를 칼로 찌르고 결별을 선언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제희는 누가 누구를 배신한 것인지 혼란을 느끼는데….
원수연씨는 "이 만화에서 표현하려고 한 것은 동성애보다는 인간애"라며 "학원폭력의 심각성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순정만화잡지 '윙크'에 연재중이며 단행본으로 2권까지 나왔다.
이밖에 '어쩔수 없잖아' '얼음요괴의 비밀'등 동성애를 소재로 한 일본의 '야오이' 만화가 속속 라이센스로 출판되고있다. '야오이'란 일본어의 야마나시(주제없음), 오치나시(절정없음), 이미나시(의미없음)의 머리글을 딴 약자. 여성 독자들을 위해 여성들이 주로 그리는, 남성간의 사랑을 다룬 만화의 총칭이다. '야오이만화'는 동성애자란 이유로 주변의 인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거나 하는 일은 별로 없고 두사람간의 사랑의 행로가 주로 그려진다. 더러 농도 짙은 성묘사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방혜영luc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