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가 탈바꿈을 시도했다.
이들은 1일 발표한 새음반 5집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댄스그룹이 아니다”라고 선언하고 나섰다. 멤버 모두가 20대인 만큼 이제는 현란한 춤을 구사하는 ‘보이 그룹’이 아니라 음악적으로 성장한 ‘남성 그룹’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얘기다.
이들의 변신 요체는 세가지. 머릿곡 ‘아웃사이드 캐슬’(Outside Castle) 등 수록곡 14곡을 모두 다섯 멤버가 작사 작곡했고 메시지를 강조했으며 머릿곡을 리듬앤블루스라는 의외의 장르를 들고 나오면서 변신을 시도했다는 것.
‘H.O.T.’의 새음반의 행간을 읽어보자.
△우리도 뮤지션이다〓문희준 강타 이재원 장우혁 토니안 등이 각각 두어곡씩 작사 작곡과 편곡까지 했다. 문희준이 머릿곡 ‘아웃사이드 캐슬’과 ‘포 연가’를, 강타가 ‘그래 그렇게’‘일루전’, 장우혁이 ‘마이 마더’ 등을 작사 작곡했다. 멤버 전원이 노래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즉 다른 작곡가의 노래를 부르는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음악을 알고 노래하는 ‘뮤지션’이라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이들 멤버들은 자작곡의 완성도를 위해 경쟁적으로 작업하는 바람에 음반이 예정보다 보름이나 늦어졌다.
△우리도 메시지를 내세운다〓‘아웃사이드 캐슬’은 사회적 편견으로 소외된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세상에 모든 걸 어둠으로 긴 어둠으로/…/하나되어 우리 살겠어’. 강타의 ‘그래!그렇게!’는 실패와 좌절의 순간을 딛고 긍정적인 사고 방식으로 살자는 희망가다. ‘…그대는 수많은 시련을 이겼어요/새롭게 열린 세상앞에 이제는 다시 시작해’. 또 토니 안은 ‘내추럴 본 킬러’, 이재원은 ‘버려진 아이들’로 강렬한 메시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메시지는 ‘H.O.T.’에게 가장 아쉬웠던 대목. 서태지보다 음반이 더 나갔는데도 정작 사회적 임팩트는 서태지보다 약했던 이유가 바로 이즘(ism)의 결여 때문이다. ‘H.O.T.’는 이에 대해 “메시지를 들고 나온 것은 사회적 신드롬을 겨냥한 게 아니라 96년 데뷔이래 줄곧 정상을 달리면서 멤버들의 사고가 성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도 리듬앤블루스를 한다〓머릿곡은 테크노와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리듬앤블루스(R&B)계열이다. 댄스그룹의 대명사였던 ‘H.O.T.’가 예상밖의 장르를 들고 나온 셈. 특히 리듬앤블루스는 국내 가요계에서 가창력의 증표로 통한다. 그런 점에서 ‘H.O.T.’는 이 곡으로 ‘뮤지션’임을 주장하면서 앞으로도 음악의 길을 계속 갈 것이라고 시사하고 있다.
△전망은〓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측은 이미 100만장 이상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만한 물량은 ‘H.O.T.’의 무게에 비춰 놀라울 게 없지만 서태지와 조성모가 9월 가요음반 시장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도 그들의 인기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것. 특히 특유의 조직력을 과시하는 ‘H.O.T.’ 팬들이 서태지와 조성모를 의식한 세몰이도 만만찮아 ‘가을 빅3 대전’은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양상이다. ‘H.O.T.’는 7일 밤 11시 SBS ‘H.O.T. 컴백쇼’를 시작으로 5집 발매이후 본격 활동을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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