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운 이야기일진 몰라도 '공동경비구역JSA'의 아성은 두텁고 강했다. 지난 주엔 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할리우드 신작 영화들이 대거 극장가에 진입했으나 어느 영화도 '공동경비구역JSA'의 흥행돌풍을 잠재울 만큼 위협적이진 못했다.
현재 21개 스크린에서 개봉중인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JSA'는 지난 주에도 여전히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서울에서만 약 12만3천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서울 누계 145만 명, 전국 305만 명의 흥행 스코어를 기록중.
'공동경비구역JSA'의 아성에 미약하게 나마 도전한 영화는 할리우드 흥행 보증수표인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의 다. 기자 시사회 당시 "지나친 반전 때문에 오히려 스릴러의 품격을 떨어뜨렸다"는 평가를 받은 이 영화는 실제 뚜껑을 개봉하자 관객들에게 예상 밖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서울 33개 스크린에서 개봉된 는 주말 이틀 동안 서울에서만 약 4만9천 명, 전국 약 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선전중. 이 영화의 직배를 맡은 20세기 폭스사는 "1위와 격차가 큰 2위긴 하지만, 대대로 멜로 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가을시즌에 세 편의 멜로 영화를 물리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당초 리처드 기어와 위노나 라이더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흥행이 예상됐던 은 서울 19개 스크린에서 개봉되어 약 4만2천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것은 '의 21세기 버전' '의 아성에 도전하는 이벤트 무비' 등으로 홍보됐던 영화 답지 않게 약소한 흥행 수치다. 그러나 영화관계자들이 "이미 이 영화의 제작사인 콜롬비아 측이 전미 개봉 당시 시사회를 갖지 않는 등 흥행에 자신을 보이지 못했었다"고 말한 걸로 봐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했으나 어느 순간 죽도록 미워하게 된 부부의 자질구레한 일상과 내면을 파헤친 영화 는 에도 훨씬 못 미치는 1만4천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했다. 그밖에 소피 마르소와 안드레이 줄랍스키 부부가 몸으로 뛰며 홍보 활동을 벌인 는 서울 11개 스크린에서 개봉되어 약 4천5백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 스타 부부의 내한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미국 영화평론가인 로저 에버트가 "바이올렛 역을 맡은 파이퍼 페라보를 보기 위해서라도 꼭 봐야 할 영화"라고 지목했던 역시 와 마찬가지로 저조한 흥행수치를 기록하고 말았다. 이 영화는 서울 16개 스크린에서 개봉되어 1만8천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했으며, 감독과 제작자의 내한으로 화제를 모았던 에로틱 스릴러 애니메이션 는 서울 3개 스크린에서 개봉되어 약 3천5백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 주 개봉작 중 살아남은 영화는 단 한 편뿐이다. 과 등 할리우드 청춘 호러영화의 황당한 패러디 버전인 이 영화는 이번 주에만 약 3만2천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 현재까지 총 15만5천 명의 흥행스코어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지난 주 새로 극장에 걸린 한국영화 는 관객들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해, 개봉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약 8억 원으로 만들어진 는 서울에서만 약 4천3백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하며 흥행에 참패.
'공동경비구역JSA'와 함께 추석시즌 개봉됐던 는 현재 서울 24만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한 채 주춤한 상태이며, 빌리 밥 손튼이 연출, 연기, 각본 1인3역을 맡았던 영화 는 약 2천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하는 데 머물렀다.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악몽의 한 주를 보낸 영화는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이다. 이 영화는 저조한 흥행 탓에 주말 한 주조차 제대로 극장에 걸리지 못한 채 비디오 시장으로 직행할 신세가 된 것. 이로써 일본문화 3차 개방 이후 앞다퉈 개봉시기를 잡아 두었던 나머지 일본영화 수입사들은 초긴장 상태에 접어들게 됐다.
황희연 benot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