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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석]올림픽서 설움 터뜨린 남자하키

입력 | 2000-10-03 15:59:00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자하키는 예상치 않았던 은메달을 따며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었다. 그런데 남자하키가 준결승에서 파키스탄을 꺾고 은메달을 확보하는 순간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었다.

sbs 하키중계 해설위원이었던 유영채(현 용산고 감독)해설위원이 은메달을 확보하는 순간 기쁨에 겨워 “결승진출입니다. 하키인들 기뻐해 주십시오!”라고 마이크에 대고 외쳤던 것이다.

쓰바 하키인들만 기쁘고 우리는 기쁘지 말라는 말인가?

한 때 한국 하키도 잘나가던 때가 있었다.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성남에 하키전용구장이 생기며 예상치 않던 메달을 따오자 없던 실업팀이 생기고 중고등학교 팀들도 창설됐다.

또한 당시 하키협회장이었던 한보의 정태수 회장이 어디서 생긴돈인지 모르지만 막대한 돈을 비인기종목인 하키에 팍팍 쏟아부었다.

그러나 정태수 회장의 뒤가 캐지며 하키의 돈줄이 없어지고 그나마 하키의 메카라던 성남시마저 돈번다고 하키장을 축구장으로 바꿔 일화 프로축구단을 유치하며 하키를 외면했다.

하키인들은 엄청난 반대를 했지만 몇명되지도 않는 인원이 데모를 해봤자 씨알도 안먹히고 그나마 성남시청 팀을 없애버리지 않은데 감사해야 했었다.

그런 상태에서 맞은 시드니올림픽. 당연히 좋은 성적은 기대하지 않았으나 그나마 남자팀이 올림픽 전 국제대회 나가서 좋은 성적을 올려 갖고 오면서 새로 바뀐 협회장이 다시 돈줄을 가동하였기 때문에 뭔가 한껀 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 막연한 기대가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오른 4강에서 올림픽을 3회나 제패하며 하키강국으로 굳건히 지키고 있는 파키스탄을 꺾고 결승에 오른 것이다.

남자 대학팀 8개, 실업팀 2개, 국군체육부대 1개의 200명도 안되는 선수층을 가진 한국 남자하키가 1000개가 넘는 클럽팀을 가진 네덜란드와 결승에서 동등한 경기를 펼쳤다.

과연 어느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일 것이다. 해설위원이 어떤 의도에서 그와 같은 멘트를 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그간 받은 설움을 일시에 떨쳐버리는 감동을 받고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 아닐까라고 한번 추측해 본다.

http://www.enter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