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예금부분보장제도가 여건이 성숙되지 않고 준비마저 소홀해 자칫 ‘제2의 의료대란 사태’로 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5일 금융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예금부분보장제의 구체적인 시행 내용을 결정할 계획이지만 위원회 내에서조차 예금부분보장제 시행에 대한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와 똑같이 금융 위기로 예금전액보장제를 시행했다가 이후 예금부분보장제 전환에 신중했던 일본 스웨덴 핀란드 등 다른 국가의 사례를 참조해 예금부분보장제 시행에 좀더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기사▼
['준비안된' 예금 부분보장제]금융개혁없이는 불안 가중
[예금 부분보장제/외국선?]日 71년 첫도입…연기 거듭
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이 다음주 중 예금부분보장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금융권 및 경제 전문가들은 아직 우리나라가 예금부분보장제를 시행하기에는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금융 위기를 겪어 예금전액보장제를 도입했던 국가들은 금융구조조정의 일단락과 금융시장 기능의 완전 회복 등 전제조건이 충족된 다음에야 부분보장제를 도입했지만 우리는 아직 충분한 전제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신용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이 아직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분보장제를 시행할 경우 자금의 대이동으로 인해 금융 위기 및 신용 경색이 더욱 고조되면서 정부의 부담만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민간 경제연구소는 내년부터 2000만원 한도 내에서 예금부분보장제도를 시행할 경우 최고 30조원에 이르는 자금이 대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현재 거론되는 5000만원으로 보장 한도를 상향조정하더라도 은행권에서만 이 기준을 넘는 예금이 6월말 현재 60.7%(금액 기준)에 달해 이동시 금융권의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편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시행을 연기할 경우 국가 신인도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며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 현상을 조장해 부작용이 오히려 클 것”이라고 말했다.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