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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중개업소 양극화]"인터넷 알아야 손님잡아요"

입력 | 2000-10-03 19:09:00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부근에서 5년째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62)는 요즘 ‘개점 휴업’ 상태다.

지난해까지 방을 구하는 대학생들을 맞느라 점심 식사를 거를 정도로 바빴지만 요즘은 며칠새 단 한 건의 거래도 없어 파리만 날리고 있다. 김씨는 “대학생 대부분이 인터넷이나 PC통신을 통해 직접 방을 내놓거나 구하면서 업소를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며 한숨지었다.

이화여대 부근에서 3년째 영업하고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 이영길씨(62)는 “지난해 이맘때면 1주일에 3∼5건씩 거래를 성사시켰지만 올해 들어 일부 직장인들을 제외하곤 대학생의 발길이 뚝 끊겨 현상유지도 힘들다”고 푸념했다.

반면 올 초 홍익대 인근에서 개업한 이강모씨(39)는 꾸준히 늘어나는 거래로 나날이 바쁘다. 부동산 컨설팅사 출신인 이씨는 “대학생들을 겨냥해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사이버 복덕방을 연 것이 주효했다”면서 “사이버 거래가 전체 거래의 절반 이상”이라고 말했다.

대학가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과 컴퓨터에 생소한 고령층 업주들은 죽을 쑤지만 ‘사이버 세일즈’를 펼치는 소장파 업주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는 것. 이는 N세대 대학생들이 오프라인 중개업소를 직접 찾기보다 온라인을 통해 ‘클릭’하며 방을 내놓거나 구하는 추세로 바뀌었기 때문.

최근 원룸을 구하려고 학교 주변 PC방을 찾은 김희연씨(20·연세대 자연과학부 1년)는 “다리품을 팔며 중개업소를 돌아다니는 풍경이 대학가에서 사라진 지 오래”라며 “인터넷을 이용하면 소개비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가 주변의 일부 고령층 중개업자들은 매출이 30∼50%까지 줄어들자 인터넷을 배우는 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연세대 부근에서 2년째 영업하고 있는 이모씨(65)는 최근 큰 맘을 먹고 중고 컴퓨터 한 대를 구입했다. 틈틈이 컴퓨터 관련 서적을 읽느라 여념이 없는 이씨의 최종 목표는 인터넷을 배워 ‘사이버 복덕방’을 차리는 것. 이씨는 “자판도 제대로 누르기 힘들지만 인터넷을 외면하고선 더 이상 영업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부동산 사이버 직거래의 부작용도 만만찮다는 지적이다. 무심코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자세한 주소와 함께 방을 내놓았다가 도둑이나 강도를 당하는 등 피해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

부동산 전문지 ‘부동산 플러스’의 안명숙차장은 “인터넷에 올린 각종 정보를 그대로 믿고 계약했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근저당 등 권리 관계를 사전에 파악하고 현장을 꼭 방문하는 것이 피해를 예방하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