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산 정상에서 바라본 쇼와신산의 전경
‘순수의 땅.’
19세기말 개발된 일본 최북단의 섬 홋카이도(北海道). 그 색다른 풍광과 기후로 이 곳은 일본인에게도 이국적으로 비치는 곳이다. 원시림과 평원, 화산과 온천, 호수와 눈, 그리고 겨울이면 오츠크해의 바다를 뒤덮는 하얀 유빙과 두루미 등 철새…. 자연의 정결함과 포근함 그리고 경이로움이 모두 함께 느껴지는 아름다운 곳이다. 영화 ‘철도원’과 ‘러브레터’, 삿포로의 유키마츠리(눈축제) 덕택에 홋카이도라고 하면 하얀 눈부터 떠오른다. 그러나 만추인 10월의 풍경도 멋지다. 북위 42도의 서늘한 바람, 고즈넉한 도시 풍경, 단풍에 물든 숲. 가을 정취가 어디보다도 짙다. 3박4일 일정으로 돌아보는 홋카이도 여행코스를 소개한다.
◇첫 날
오전 10시에 김포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기는 12시45분 삿포로시 남부 신지토세(新千歲) 공항에 도착했다. 높고 파란 하늘, 가을빛이 완연하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매년 2월에 유키마츠리가 열리는 오도리(大通)공원. 폭 65m에 길이가 1.5㎞나 되는 공원은 삿포로 시내를 동서로 달린다.
일본 최초로 맥주공장이 문을 연 ‘맥주의 도시’ 삿포로. 큰 별이 상징인 삿포로 맥주뿐만 아니라 기린, 아사히 맥주도 여기서 생산된다. ‘삿포로 비어가든’에 가자. 입장료(2800∼3800엔)를 내고 100분간 양고기 철판구이(징기스칸)와 맥주를 맘껏 먹을 수 있는 ‘다베호다이’가 있다. 옆 삿포로 맥주 양조장에서 갓 생산된 신선한 생맥주가 파이프로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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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키노(薄野)는 삿포로의 환락가로 도쿄 이북에서는 최대 규모로 알려진 곳. 각종 음식점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 수천개가 줄지어 있다. 거리에서 광고지를 나눠주며 호객하는 아가씨도 적지 않다. 마늘과 버터를 가미해 국물 맛이 진한 삿포로 라면은 스스키노의 ‘라멘 요코츠(라면 골목)’에서 맛보자.
◇둘째 날
여행주제는 화산과 호수. 우선 도야(洞爺)호로 가자. 삿포로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다. 둘레 54㎞의 이 호수는 그 자체가 칼데라다. 3월31일 폭발한 우스(有珠)산도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산 아래 마을은 지금도 출입금지 상태. 도야코 유람선에 오르면 우스산 등 활화산 2곳의 분화구에서 흰 연기가 뭉게뭉게 치솟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도야코 주변에는 온천도 많다. 호수변 온천의 수온은 우스산 폭발 후 3∼4도씩 올랐다고 한다. 일본 온천여행의 백미는 각 온천마다 있는 노텐부로(風呂·노천온천) 찾기. 뜨거워진 몸을 가을 밤 찬 공기에서 식히면 몸도 마음도 상쾌해진다. ‘선 팔레스’ 등 몇몇 대형 호텔에는 온천 수영장도 있어 가족여행에 좋다.
도야코에서 10분 거리의 쇼와신(昭和新)산도 활화산이다. 현재도 연기가 분출되고 있다. 1943년에 점도 높은 용암이 300m나 치솟아 산이 됐다. 케이블카로 오르는 우스산에서 쇼와신산과 도야호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근처에는 일본 3대 명천이라 불리는 노보리베쓰(登別) 온천이 유황연기가 피어 오르는 지고쿠다니(地獄谷) 초입에 있다. 케이블카로 오르는 뒷산에는 곰 목장도 있다.
운하는 오타루의 상징. 운하 옆에 죽 늘어선 가스등이 운치를 더한다.
◇셋째 날
영화 ‘러브 레터’의 무대인 항구도시 오타루(小樽)로 간다. 삿포로에서 북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다. 청어잡이가 한창이던 60년대까지는 어업과 금융의 도시였으나 지금은 유럽풍의 관광도시로 모습이 바뀌었다. 도시를 흐르는 운하, 개보수해 카페 레스토랑으로 꾸민 생선창고, 세계적인 건축가 존 A 저드가 설계한 해안가 초대형쇼핑몰 ‘마이카르’ 등이 오타루의 상징. 오르골박물관, 유리공예품 전시장 등이 들어선 도시는 이국적인 풍치로 영화촬영지로도 각광받는다.
바닷가 도시 오타루를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곳은 주변에서 가장 높은 덴구(天狗)산. 정상(532m)까지 케이블카가 운행된다. 전자식 클레이사격과 시속 40㎞로 달리는 알파인 슬라이드(바퀴썰매) 등 놀거리가 있다. 내려오는 길에 유리공방에 들를 수도 있다.
오타루의 명물인 운하 주변에는 창고를 개조한 음식점이 즐비하다. 100엔짜리 오타루 맥주와 해물 요리도 판다. 시내에는 100년 이상 영업 중인 구라야(藏屋) 라면식당도 있다.
◇마지막 날
서울행 대한항공기 출발시각은 오후 2시. 정오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하니 오전 관광은 여의치 않다. 그러니 마지막 날은 일찍 공항에 가서 터미널 내 쇼핑센터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자. 이 쇼핑센터는 여느 백화점 못지않게 넓고 또 다양한 홋카이도 특산품이 판매돼 둘러보는 데에만 한두 시간이 걸릴 정도. 대게 연어 옥수수 치즈 우유 초콜릿, 일본 소주와 청주 등 웬만한 물건은 다 살 수 있다.
◇문의
△일본국제관광진흥회(JNTO) 한국사무소 02―732―7525,6 △홋카이도 관광연맹 (일본 현지)011―231―0941 www.all―hokkaido.net/marugoto/english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