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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자금 정계유입 의혹/여야 반응]

입력 | 2000-10-04 19:10:00


96년 15대 총선 직전 안기부(국가정보원의 전신) 자금 4백억여원이 신한국당에 유입됐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여야의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4일 이회창(李會昌) 총재 주재로 열린 한나라당 총재단회의에서는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에 대해서는 '외압 의혹' 이나 '대출금 사용처' 등 본질을 전혀 밝혀내지 못한 채 지난 시절 것은 끌어내고 부풀려 야당과 연계시키려 한다" "치졸하고 비열한 '야당 죽이기 공작'에 나섰다" 는 등의 성토발언이 쏟아졌다.

특히 "여야 영수회담 협의가 한창 진행 중인데, 검찰이 이를 의도적으로 흘려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는 비난이 많았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이는 검찰을 내세운 야당죽이기 음해공작" 이라고 규정하고 "선거사범의 공소시효 만료일인 10월 13일 이후로 예상됐던 야당파괴공작이 때이르게 본격화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검찰이 권력의 하수인을 자처해 여러 의혹을 흘리며 편파보복수사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며 "검찰은 야당 탄압에 앞서 97년 대선 때의 'DJ 비자금 의혹'부터 밝히라"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영수회담을 의식해 가능한 한나라당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국회는 국회이고, 검찰 수사는 검찰 수사다'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은 "야당은 검찰이 수사만 하면 탄압이라고 하는데, 나도 오늘 신문 보고 이 사건을 알았다"며 검찰수사와 무관함을 강조했다.

정균환(鄭均桓)원내총무는 "검찰 수사와 국회 정상화는 별개이므로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석(朴炳錫)대변인도 "검찰 수사에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지만, 일단 의혹이 제기된만큼 수사는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렵게 여야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는데, 왜 옛날 선거자금 문제를 꺼내 야당을 자극하는지 모르겠다" "수사도 좋지만 정국 정상화를 위해 시기를 가려야 한다"는 등의 불만과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