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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홀쭉이 엉겁결에 모래판에

입력 | 2000-10-05 18:44:00


포복절도할 코미디 영화 ‘으랏차차 스모부’(92년작)는 올해 5월 개봉돼 서울에서만 35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일본영화 ‘쉘 위 댄스’(96년작)와 여러 모로 닮았다.

둘 다 수오 마사유키 감독 작품이라는 점도 그렇고 ‘쉘 위 댄스’에서 기상천외한 춤으로 관객을 웃긴 아오키, 다나카 역을 맡은 배우들이 ‘으랏차차 스모부’에서도 똑같은 극중 이름으로 나온다. 두 영화에 모두 출연해 ‘수오 마사유키 군단’이라 불러도 좋을만한 배우는 무려 여섯명.

일본 핑크영화(포르노)감독으로 출발해 지금은 흥행감독으로 손꼽히는 수오 마사유키는 평범한 사람이 전혀 관심없던 분야에 우연히 뛰어들어 삶이 바뀐다는 구조의 이야기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듯하다. ‘쉘 위 댄스’에서 무기력한 샐러리맨이 우연히 배우기 시작한 사교댄스를 통해 인생이 달라지듯, ‘으랏차차 스모부’ 역시 한 대학생이 어쩌다 스모에 뛰어들어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코믹한 톤으로 그렸다.

출석 미달로 낙제 위기에 놓인 대학 졸업반 슈헤이(모토키 마사히로)는 지도교수 아나야마(에모토 아키라)로부터 스모부에 들어가 시합에 출전하면 졸업 논문을 통과시켜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해체 위기에 놓인 스모부에 들어간 슈헤이는 유일한 부원인 아오키(다케나카 나오토)와 함께 시합 출전을 위해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모인 부원은 운동신경이 둔한 다나카(다구찌 히로마사)등 그야말로 오합지졸. 이들은 시합에서 참패하지만 그 때문에 모욕을 당하자 오기로 다음 시합을 준비한다.

엎어지고 자빠지는 몸짓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촬영이나 이야기 전개는 별로 새로울 게 없는 이 영화도 몸 그 자체로 관객을 웃긴다. 왜소한 체격의 주인공들이 육중한 몸집의 선수들에게나 어울릴 스모 동작을 하며 안간힘을 쓰는 경기 장면, 특히 과민성 대장증세가 심한 아오키가 경기에 임할 때마다 겪는 신체적 징크스를 보면 웃지않곤 못배긴다. 그러나 스모부원인 하루오에게 반해 뒷바라지를 자원한 뚱뚱한 여학생 마사코가 남장을 하고 스모 시합에 출전하는 장면의 유머는 지나치게 엽기적이다.

시종일관 코믹한 상황이지만 늘 왕따를 당하던 다나카가 스모를 하며 자신감을 얻게 되고, 스모부원인 영국인 스마일리도 낯선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게 된다는 등의 설정에는 훈훈한 기운이 스며있다. 그러나 ‘쉘 위 댄스’보다 인간적 감동은 덜한 편. 부담없이 웃으며 볼만한 영화. 전체관람가. 14일 개봉.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