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그것도 대낮에 ‘엽기적 사태’가 발생했다.
5일 오후 4시 서울 동숭동 대학로. 트럭 가설 무대 옆으로,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쓴 거구의 청년들이 칼(장난감)을 휘두르며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무대 위에선 일본 야쿠자(조직폭력배) 차림의 청년들이 연신 총(딱총)을 쏘아댄다. 이어 거구의 남녀가 무대에 올라 유도 레슬링 등 격투(코믹 격투)를 벌인다. 그 사이사이 여성 도우미들이 열정적으로 춤을 추고….
‘엽기적 폭력사태’에 놀란 시민들이 조심스레 사연을 물었다.
“출판기념회인데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엽기(獵奇)문화. 이날 행사는 최근 책 ‘엽기 일본어’를 낸 김남훈(金楠勳·26)씨가 기획한 출판기념 이벤트. 키 1m80에 몸무게 115㎏의 거구인 김씨는 이날 여성 유도선수와 코믹 유도 레슬링 한판을 벌였다. 승부는 김씨의 패배.
김씨는 책 ‘엽기 일본어’에 걸맞는 엽기적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 책은 인터넷방송 캐스트서비스의 ‘엽기 일본어’의 진행을 맡아 젊은층의 인기를 얻고 있는 김씨가 방송 내용을 정리해 묶은 것이다.
최근의 엽기 문화에 대해 “과거의 엽기는 잔학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젊은층의 엽기는 비판정신이 담긴 패러디로 나아가고 있다. 당분간은 젊은층에게 계속 어필할 것”이라고 말하는 김씨. 그는 “이번 책이 잘 되어 카드 빚을 갚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엽기적(?) 농담을 덧붙이기도.
김씨는 8일 서울시내 곳곳의 지하철 역에서 야쿠자 앵벌이들이 엉터리 일본말로 책을 홍보하는 내용의 게릴라 엽기 출판이벤트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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