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3㎏급 최상선(성신양회)이 국가대표가 됐을 때의 일이다.
평소 체중이 72㎏ 가량인 그는 94년 히로시마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대표팀 코칭스태프로부터 무려 10㎏이나 빼라는 ‘특명’을 받았다. 69㎏급에는 이미 손상필(주택공사)이 ‘터줏대감’으로 버티고 있으니 한 체급 낮춰 도전해 보라는 것.
최상선은 이후 ‘죽기보다 고통스러운’ 감량에 들어갔고 대회 직전에는 “도저히 더 이상 못 빼겠다”며 눈물까지 흘렸었다.
각종 국제대회를 앞둔 레슬링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바로 ‘체중과의 전쟁’. 힘좋은 서양 선수들과 맞붙어 싸우기 위해서는 체중을 줄여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이번 시드니올림픽 직전에도 선수들은 계체(計體)를 앞두고 저칼로리 식사를 하면서 땀은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을 흘려야 했다.
그런 면에서 12일 시작되는 전국체전에 각각 고향을 대표해 출전하는 레슬링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
대부분이 평소 체중대로 한 체급씩 올려서 출전을 신청, 무리한 체중 감량을 할 필요가 없게 됐다. 덕분에 선수들은 음식에 대한 큰 부담감 없이 한국식 별미를 톡톡히 즐기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성적은 어떻게 될까. 자유형 장재성(주택공사)은 지난해 6㎏이나 올린 69㎏급에 출전해 당당히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끼리는 힘보다도 기량에서 승부가 결정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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