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최명길씨의 집 전화번호를 알아보기 위해 문화관광부 장관실로 전화를 걸었다. 장관 비서는 ‘최여사님’의 연락처를 알려줬다.
서울 동부이촌동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난이었다. 남편(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이 장관에 취임한 지 얼마 안된 탓인지 집 안은 물론 베란다까지 가득 채운 난이 족히 50개는 넘어 보였다.
여자 연예인 중 장관 부인이 된 것은 그가 처음. 동료 연예인들로부터 축하 인사도 많이 받았다.
“어진아빠가 장관이 된 후에 뭐가 달라졌는지 많이들 궁금해 하세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데…. 장관 취임 이후 혹시 CF요청이 갑자기 쇄도하지 않았냐고 묻는 분들도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은걸요.”
굳이 달라진 것이라고는 요즘엔 신문을 볼 때 ‘문화관광부’라는 글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는 것.
그는 16일부터 방영될 MBC 새 일일연속극 ‘온달왕자들’에 출연한다. 동생뻘 나이밖에 안되는 전처 소생의 아들 4명과의 갈등을 빚다가 슬기롭게 갈등을 극복하는 새 엄마 ‘영숙’ 이 그가 맡은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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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영숙의 나이가 서른여섯이니 거의 제 나이 그대로 연기하는 셈이어서 마음이 편안해요. 89년에 아침드라마를 한 이후 일일극은 10여년만에 처음이에요. 일일극인 만큼 시청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본격적인 방송출연은 ‘용의 눈물’이후 2년여만에 처음. 그동안 주1회 시트콤이나 특집극을 통해 간간히 얼굴을 비치기도 했다. 특히 5월 가정의 달 2부작 특집극이었던 ‘당신의 둥지는 어디였을까’에서 그는 특유의 섬세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이번 드라마 시작을 앞두고 남편이 방송 ‘주무부서’ 장관이 되자 고민도 했다. 캐스팅은 이미 몇 달전 결정된 일이었지만 행여나 자신의 활동이 남편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였다. 하지만 탤런트로서, 공인으로서 자신의 약속도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그대로 출연하기로 했다.
‘온달왕자들’ 외에는 다른 드라마나 영화는 당분간 삼갈 생각이다. 원래 다작을 하지 않는 편인데다 아직 아들 어진(3)이가 엄마의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
어진이를 임신하고 20㎏나 살이 쪘다고 하는데 지금은 날씬했다. 웃을 때 얼핏 눈가에 잡히는 주름만이 시간이 흘렀음을 알려줄 뿐이었다. 아기 엄마들의 공통적인 ‘취약점’인 팔뚝이나 아랫배에도 군살이 별로 없어보였지만 그는 “아휴, 아이 낳으면 절대 예전처럼은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 어진이를 생각하면 하나 더 낳아야 할 텐데…”라며 그 또래 아이를 둔 여늬 엄마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혼하는 부부들이 흔히 쓰는 수식어인 ‘성격 차로 헤어진다’의 ‘성격 차’가 사실은 ‘성(性) 격차(格差)’라고 해석해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김장관의 옛 컬럼이 떠올라 “‘성격차’는 없느냐”고 슬쩍 물어봤다.
그러나 질문의 ‘불순한 의도’를 전혀 알아채지 못한 그는 순진하게 답했다.
“성격차요? 전혀 없어요. 둘 다 나이가 들어서 결혼해서 그런지 서로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너무 잘 아니까요.”
sjkang@donga.com